경제·금융

세상의 성차별에 맞선 외로운 투쟁

영화 '노스 컨츄리'


1984년 미국 미네소타주 법원. 이 곳에서 여성 운동사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 나왔다. 직장 내 성폭력 집단소송으로는 미국내 최초인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사건에서 법원이 여성들의 손을 들어준 것.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일대 각성이 일어났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직장과 사회에서 대우 받도록 법원이 명령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영화 ‘노스 컨츄리’는 이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졌던 미네소타 북부 광산촌에서 촬영한 영화는 20여년 전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어야만 했던 온갖 차별과 악의적인 편견에 저항하며 끝내 승리를 쟁취한 한 여인의 감동적인 실화가 펼쳐진다. 이혼 후 고향에 돌아온 조시(샤를리즈 테론)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자리를 찾던 중 광산 일자리를 발견한다. 혹독한 노동 강도의 광산 일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높은 임금과 친구의 격려로 취직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를 힘들게 하는 건 고된 일보다도 남성 동료들의 학대와 차별이었다.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건 예사고, 여자로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까지 떠맡게 된다. 조시는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여자 동료들까지도 일자리를 잃을까 봐 그녀에게 싸늘한 눈초리를 던진다. 조시는 세상 모두의 편견에 맞서 외로운 투쟁에 나선다. 메가폰을 잡은 니키 카로 감독은 “허물없는 장난과 악의적 괴롭힘의 한계에 대한 고찰”이라고 영화에 대해 말했다. 영화 속 여성 노동자들이 남성 동 료들로부터 받는 학대는 쉽게 짐작키 어렵다. 그러나 정작 무서운 건 괴롭힘 그 자체보다도 현실의 벽에 막혀서, 혹은 차별을 당연시하는 생각들이다. 똑같이 학대 받는 여성 동료들은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 조시를 외면한다. 노조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부모까지 부끄러운 딸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메시지를 던진다. 남자는 못 됐고 여자는 착하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라, 공고하게 쌓아 올려진 현실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를 보여준다. 영화 ‘몬스터’에서 연쇄 살인범 역을 호연했던 샤를리즈 테론은 이번에도 거친 광부 역으로 ‘얼굴만 예쁜 배우’가 결코 아니라는 걸 증명해냈다. 아직까지도 편견어린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남자들, 특히 법정 투쟁을 준비한다는 한나라당 최 모 의원은 필히 감상을 권고하고 싶은 영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