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가계 빚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으로 집중된 대출을 분산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부실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일반은행 경영성과의 종합평가`에 따르면 가계신용에서 은행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 26.3%에서 지난 6월말 53.9%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미국의 33.2%, 일본의 31.4%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부문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을 확대, 은행권으로의 가계신용 집중현상이 심화됐다”며 “부동산 가격 폭락 등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은행부실이 급증하고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은행권으로 집중된 기존 대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를 겪은 후 전체 자산 중 외화자금 운용 비중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시중ㆍ지방은행의 외화자금 운용 비중은 총자산의 31.6%인 130조4,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말에는 9.1%인 58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외화대출 비중 역시 97년말 총자산의 17.9%인 7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3.8%인 24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대형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국제금융업무 확대와 함께 해외은행의 인수ㆍ합병을 통한 해외 소매금융시장 진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