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주목받는 가운데, 공항 인근에 철새 불법 수렵이 횡행해 항공기 안전 운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전남 무안군과 조류 보호 활동가·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인근에는 철새 도래지 3곳 정도가 있다. 철새들이 올 때마다 서식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현경·운남면과 무안·목포 해안이나 무안저수지 등에 자리를 잡는다. 최근 실시된 국립생태원 겨울 철새 총조사에서는 현경·운남면에서 1만2000여 마리의 철새가, 무안저수지에서는 1700여 마리, 무안·목포해안에서는 4300여 마리가 관찰됐다.
2020년 실시한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도 1차 조사에서는 41종 1278마리(1차 조사)와 2차 조사에서는 37종 1760마리 새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공항 외곽으로 넓은 농경지와 갯벌이 형성돼있으며 활주로 남동쪽 방면인 동산리 방면은 철새 휴식 공간과 먹이가 풍부해 새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겨울철마다 철새들이 몰려들다 보니 공항 주변임에도 불법 수렵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역 주민과 조류보호 활동가들로부터 나온다. 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공항 바로 옆에 있는 청포호 주변을 지날 때면 사냥꾼들과 외국인들까지 간혹 보이기도 했다”며 “엽총 소리에 놀란 철새들이 떼를 지어 공항 쪽으로 날아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무안공항 주변에서 밀렵행위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항공기 안전 운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벽과 저녁 시간대 이동하는 철새들은 해가 뜬 이후와 지기 전까지는 먹이활동을 주로 하므로 큰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철새들이 높이 솟아오르는 것은 대부분 총소리와 같은 외부 위협에 놀랐기 때문이고 이것이 조류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포호 인근 도로에서도 엽총 탄피를 봤다는 조류보호 활동가 B씨는 “학습효과 탓에 철새들은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나면 오히려 덜 움직인다”며 “제주항공 사고처럼 일출이 한참 지난 후 여러 마리의 조류충돌이 발생했다면 철새들이 뭔가에 놀라 갑자기 날아올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철새 관리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불법 수렵 단속 권한이 있는 무안군은 공항 주변과 철새 도래지 주변은 수렵 허가구역도 아니어서 밀렵행위는 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현장에 출동해 단속에 나서는데 최근 공항 인근에서 밀렵행위 신고가 들어오거나 확인된 적이 없다”며 “이곳에서 수렵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이고 특히 항공기 안전 운항에도 큰 위협이 되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