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안타는 비결(사설)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그 끝이 어디쯤인가 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경제가 이렇게 된 데는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탓이라 할 수도 있다. 또 21세기를 향한 메가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진단도 있다. 세계는 개방화·정보화·지식산업화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는 강건너 불 보듯 했을뿐, 이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두 일리가 있고 우리 기업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지금 어지간한 기업들치고 거의 부도 직전의 벼랑끝에 서 있다. 공장가동률도 50% 미만인 곳이 태반이다. 이같은 와중에서도 오히려 과거보다 높은 이익을 내며 승자의 위치를 굳혀가는 기업들이 있다. 불황임에도 밀려드는 주문을 다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사업장들이 있다. 불황속에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아주 색다른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포기해버린 완구산업, 신발산업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한가지 다른 점은 이들은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 이들 기업은 우선 자신이 만드는 제품의 품질에 열성을 다하고 있다. 가격보다는 완벽한 질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다른 경쟁사의 제품보다 비싼 경우도 있지만 품질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고객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는 것은 질이지 값이 아니라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또 고객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객을 단순히 자기네 물건을 사가는 손님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혁신에 필요한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 ○CEO가 직접 불만 들어야 어느 공구회사에서는 고객의 불평을 경청, 귀중한 아이디어를 얻은 적이 있다. 한 고객이 공구와 그 공구에 맞는 나사를 서로 맞추기가 어렵다고 불평을 해 왔다. 나사못 머리부분에 각인되어 있는 나사의 크기번호를 읽어야 올바른 공구와 맞출 수 있는데 번호가 금속에 각인되어 있어 읽기가 아주 불편했다. 이 회사에서는 공구와 나사의 색깔을 맞춰 보면 금방 구별이 되도록 숫자를 색깔이 있는 동그라미로 바꾸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시장에서 크게 히트했다. 성공한 기업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데 있어서도 다르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듣는다는 사실이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이라고 해서 고객의 목소리를 안 듣는 것은 아니다. 누가 듣느냐에 따라서 잘 나가는 기업과 차이가 나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에서는 CEO가 고객과의 대화채널을 항상 열어 놓고 있으며 고객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남 탓하기 앞서 반성필요 잘 나가는 기업의 강점은 끊임없는 혁신에서도 구별된다. 특히 혁신의 개념을 제품과 기술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영 전반에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기업이 추진하는 혁신의 특징은 시장의 요구와 부합되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화될 수 있는 것,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면에 혁신을 가하고 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진보된 혁신이라 하더라도 시장과 유리된 혁신에는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독일의 융한스사는 라디오가 부착된 손목시계를 생산하는 회사로서 이 손목시계 하나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회사도 지난 80년대에는 다른 손목시계 제조회사들처럼 위기를 맞았다. 일본에서 제작된 값싼 전자시계가 시장을 크게 잠식했기 때문이다. 융한스사는 첨단기술의 길을 택했다. 손목시계에 내장된 안테나를 통해 방송국에서 보내는 라디오 전파로 시간을 알려주는 방식을 개발해 낸 것이다. 오차한계가 1백만년에 1초인 이 시계는 절대로 틀리는 법이 없다. 비록 값은 비싸지만 날개 돋힌듯 팔려 융한스사는 다시 일어 설 수 있었다. 불황을 모르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또 대체로 한 우물만 판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기업들의 자세를 보면 불황의 탓을 주로 외부환경요인으로만 돌리고 있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자사제품의 품질관리·고객관리·혁신의지 등 내부요인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것이 불황에도 호황을 누리는 기업들이 주는 교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