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고용구조 변화와 대응방향

하경효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기고] 고용구조 변화와 대응방향 하경효 하경효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산업구조뿐만 아니라 고용구조 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지식관련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50%에 다가서고 있을 정도로 고기술산업, 정보통신, 전문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차 확대돼가고 있다. 더구나 기업의 효율적 인적자원 활용이 중요시되면서 고용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 추세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기간제 근로, 단시간 근로, 파견근로 등 이른바 비정규 근로자의 비율이 대폭 늘어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보호와 차별규제를 위한 합리적 규율의 필요성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우선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대책특별위원회’가 생겨 제도개선방안이 논의돼왔으며 최근 노동부가 여기에서의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정부입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사단체가 강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여당과 시민단체까지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대로 입법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는 예견하기 어렵다. 오늘날 무한경쟁의 세계경제질서와 이에 따른 고용구조 및 취업양태의 변화로 인한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은 거의 모든 국가가 안고 있는 공통과제가 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21세기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개발과 효율적 활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ㆍ사회 분야 개혁정책과 입법을 펴나가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 경향은 전통적으로 근로자보호와 사회보장을 중시해온 서유럽 각국에서도 집권당의 보수 또는 진보성향 여부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사회보장 급부의 조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사회보장제도 개혁과 함께 노사관계제도의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35시간 근로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함께 근로시간 연장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의 주된 쟁점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유지와 일자리의 창출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경쟁력과 고용창출에의 영향 내지 효과에 대한 전망과 평가에 따라 노동사회정책이나 입법에서의 기본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리보다 앞서 가거나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의 이러한 일반적 발전경향과 노동시장 여건의 변화에 대응한 논의의 핵심을 제대로 읽고 어떠한 방향과 내용으로 노동시장의 인프라를 선진화하고 노사관계를 규율해야 할 것인지를 명확히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인식해야 할 사항은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사회에서의 변화된 산업구조에 따라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노동문제를 해결하고자 형성된 노사관계 규율모델을 가지고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즉 근로기준법과 노동기본권을 중심으로 한 경직된 종래의 법제도로는 오늘날의 복잡하고 다양한 고용구조와 취업양태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기본방향과 원칙을 설정해 정책을 입안하거나 입법조치를 일관성 있게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만약 노사관련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가 원칙과 기준보다도 여론 눈치보기에 의해 좌우된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는 실종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힘들 것이다. 노사관계 당사자도 지식정보사회로의 이행에 따라 노사관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나아가야 할 것이며 노동운동과 기업경영의 모습과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성장과 분배가 택일적인 것이 아니듯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근로조건의 향상도 택일적이거나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다. 노사관계에서도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존립과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사 공동이익을 위한 협조적 노사관계의 필요성과 유용성이 인정되고 있다. 결국 노사관계 당사자가 이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제의 장래와 국민생활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해도 지나친 얘기는 아닐 것이다. 경쟁력 제고와 고용창출을 위한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와 노사 당사자의 진지한 고민을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4-10-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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