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강북개발의 전제 조건

구체적 재원조달 방안 마련<br> 수도권 균형발전 고려해야

강북개발.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에서 관심을 끄는 공약 중 하나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강금실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두 사람 모두 서울개발론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런데 공통된 점이 눈에 띈다. 살기 좋은 강북 만들기다. 강 예비후보의 ‘신도심 세계도시 서울플랜(이하 서울플랜)’ 대 오 후보의 ‘희망 서울 프로젝트’. 강 예비후보는 서울시청을 용산으로 옮기고 용산 일대 610만여평을 신도심으로 종합 개발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오 후보는 이명박 시장의 시울시청사 재개발을 지지하면서 침체된 구도심 상업지구 부활, 뉴타운 광역화, 청계천 문화관광 거점개발 등을 들고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격전이 벌어질 곳은 서울시일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결과가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번 서울시장의 선거전은 역대 어떤 지방선거때보다 치열해질 게 분명해 보인다. 지난 25일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전 의원이 치열한 당내경선을 거쳐 지명을 받았다. 열린우리당도 다음달 2일 이계안 의원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중 한명을 뽑을 예정이지만 여당의 저울추는 강 전 장관 쪽으로 기운 것 같다. 물론 박주선 민주당 후보나 김종철 민노동 후보도 서울시장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적인 당선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강 전 장관과 오 후보 두 사람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와 강 전 장관 두 사람 다 유권자들로부터의 인기를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시켜 당 내 후보가 됐고 될 예정인 만큼 두 사람간의 한판승부는 정책대결이 아니라 이미지 경쟁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서울개발 공약을 들여다보는 것은 서울의 미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않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두 사람의 강북에 대한 애정공세는 강북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강남 지역 아파트 값이 수억원씩 급등하고 강남 인근 수도권 아파트도 덩달아 뛰고 있는 상황에서 강북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강북 지역에 터전을 잡았던 운명을 탓하기에는 눈앞에 나타난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게 강북주민의 속내일 것이다. 강남과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자괴심마저 생길 정도라고 한다. 강북시민들의 표가 절실한 후보자들의 입장에서 강북개발은 빼놓을 수 없는 선거카드다. 집값은 물론이고 교육ㆍ교통ㆍ문화시설 등 강남에 비해 삶의 질이 열악한 강북을 개발하자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강북개발론에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먼저 강북개발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후보자들의 주장에는 강북 전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데 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려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북개발은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명박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강북뉴타운 개발만해도 청사진만 나왔지 구체적인 재원조달 문제는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또한 구호만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에 달려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남발의 전철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 도심이 개발된 지도 20년 이상이 경과됐고 뉴타운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도입됐다. 이 같은 기존의 정책을 더욱 공고히 하고 보완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강북개발은 수도권 균형개발에 기반한 장기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바뀐다고 해서 개발청사진 틀 자체를 바꿔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30년 가까이 걸린 강남개발만큼이나 강북개발(정확히 말하자면 강북재개발)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표만 의식한 공약(空約)은 더 이상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 서울시장을 뽑는 레이스가 시작됐다. 어떤 후보자의 서울 미래 청사진이 더 나은지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이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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