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외 매도딜러 70%는 투기물량"

■ 외환딜러 진단<br>국내수출기업까지 덩달아 "달러 팔자" 나서<br>역외 매도 규모가 1,000원 방어 최대 관건

원ㆍ달러 환율이 10일 오전 외환당국의 개입의사 발표 직전까지 급속도로 하락한 데 대해 많은 국내은행의 외환딜러들은 해외 환투기 세력이 정부와 한국은행이 1달러=1,000원대에서 강력하게 방어할 것으로 판단, 공격적으로 달러를 매도한 것이 단초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딜러들은 최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나온 물량을 5억달러에서 최대 10억달러 정도로 추정했다. 여기에다 미국 무역적자 우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외환보유액 투자의 다변화 발언 등과 맞물려 환율급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노상칠 국민은행 외화자금팀 과장은 “지난 7일부터 NDF시장에서 투기세력이 달러화를 팔기 시작했다”며 “9일의 경우 서울 외환시장이 달러당 1,001원에 거래를 끝마쳤으나 저녁에 NDF에서 달러 매도가 나와 3~4원 정도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창숙 우리은행 외환딜러는 “9일부터 NDF시장에서 달러 매도물량이 많아졌는데 이 가운데 70% 정도가 투기(speculation) 물량인 것으로 보인다”며 “역외시장에서 이미 손절매는 대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달러약세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역외에서 힘을 받아 달러 매도물량이 늘어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일본ㆍ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너무 많아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 달러 매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와 유로 등 외화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달러를 살 자국통화(절상시 실탄)가 부족하다는 논리다. 노 과장은 “NDF에서 나오는 매도물량은 일부 손절매에 의한 것도 있지만 동아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가 너무 많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투기적 매도가 많았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역외에서 ‘달러를 팔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국내 수출업체들도 덩달아 달러를 대거 매도했다. 조선ㆍ기계ㆍ전자ㆍ자동차 등 국내 수출업체들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발언이 나오면서 환율이 달러당 1,000원 이상으로 반등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러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역외 매도세력이 어느 정도 물량을 풀어낼지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길모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달러ㆍ엔 환율이 어느 정도 받쳐주고 외환당국의 개입의지도 확인됐지만 1,000원이 안전한 지지대가 아니다”며 “예측하기 힘들지만 역외에서 달러 매도가 어느 정도 될지가 향후 환율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자금부 팀장은 “역외의 달러 매도가 환율 급등락의 시발점이 됐지만 국내 수출기업의 손절매 등이 환율하락을 주도해 단순히 투기세력에 의한 환율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 역외의 달러 매매 움직임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