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멕시코만에서 첫 발생한허리케인 데니스가 11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미국 동남부 해안에 상륙해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데니스는 새벽 4시 30분께 플로리다 북서부와 앨라배마 해안에 시속 193km라는3급 허리케인 위력으로 상륙했으나 6시께 169km로 풍속이 떨어지면서 2급으로 약화됐다고 현지 기상센터가 밝혔다. 데니스는 미 해안에 상륙하기에 앞서 4급 허리케인(풍속 233km)으로 쿠바와 아이티를 강타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다.
데니스가 상륙한 미 동남부 해안은 지난해 9월 카리브 해역과 미국을 포함해 모두 90명 이상을 죽게하고 피해복구 보험금으로 71억달러가 지급되게 한 3급 허리케인 이반이 할퀴고 간 곳과 같은 코스다.
또 미국 석유생산의 30%와 정유설비의 절반 가량, 그리고 미국에 수입되는 원유가 하역되는 항만 설비의 50% 가량이 이곳에 집중돼있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생산의 상당 부분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지난해 이반의 경우 이곳에서 생산되는 석유 가운데 4천300만배럴 가량을 감축시켰으며 관련 피해복구에 몇달이 걸리게 만드는 타격을 가했다. 당시 천연가스 생산도 1천720억입방피트가 줄었다.
이번에도 데니스가 발생한 후 이동예상 해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해온석유업계는 원유의 경우 50%, 천연가스는 3분의 1 가량을 조업 중단했다. 정확한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지난 주말 현재 원유의 경우 하루 43만5천배럴 가량, 천연가스는 하루 13억입방피트 정도가 조업 중단된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데니스로 인해 지급될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금을 당초 10억-50달러로 잡았던 것을 30억-80억달러로 상향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의 경우이반 피해분을 포함해 허리케인 피해 보상으로 모두 229억달러가 지급됐다.
그러나 석유 쪽의 경우 데니스가 이반이 지나간 경로에 비해 대서양 쪽인 동쪽으로 80-110km 더 치우치고 있기 때문에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에 미치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석유회사들은 11일 새벽부터 허리케인의 중심부가 통과한해상 시추대에 피해 정도를 체크하기 위한 선발대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빠르면 12일부터 생산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애미 소재 미 국립허리케인관측센터는 11일 새벽 웹사이트에 올린 기상 예보에서 "데니스의 위력이 차츰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로 가면 24시간 안에 `열대성 폭풍'으로 주저앉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엑손 모빌사 관계자는 "데니스가 올시즌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첫 허리케인"이라면서 "오는 11월까지 허리케인이 13개 더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소재 석유투자전문 컨설팅사 유나이티드 스트래트직 인베스터스 그룹의 가이 글라이치먼 사장은 "데니스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반급의 강력한 허리케인이 8-9월중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현재 배럴당60달러를 오르내리는 유가가 75-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데니스 엄습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더 치솟지 않은데 대해 "이미 지난 주말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데니스의 상륙에도 불구하고 오는 14일 새벽으로 예정된 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의 발사 카운트다운은 11일 새벽 예정대로 케이프캐너버럴에서 시작됐다.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발사하는 것은 컬럼비아 폭발참사 후 2년 6개월만에 처음이다.
(펜사콜라<美플로리다주> AP.블룸버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