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때 이른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연내에 배럴 당 80달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급상황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의 여행철과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도 되기 전에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석유공급에 약간의 차질만 빚어져도 국제유가가 배럴 당 80달러 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의 상승세가 너무 빨리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대규모 공급차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여름철 여행철과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면 국제유가가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인 배럴 당 70달러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년 간 계속된 고유가 현상으로 산유국들의 증산여력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에서 원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허리케인 피해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던 지난해와 같은 현상이 재현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각에서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견해까지 제기되고 있으나 올해 안에 이란의 석유무기화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덧붙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선물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국제유가는 10일 배럴 당 68.74달러를 기록했으며, 역대 최고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강타한 직후인 지난해 8월30일 기록한 배럴 당 70.85달러이다.
한편 저널은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에서 파괴활동을 벌이고 있는 '니제르 델타해방운동 (MEND)'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소규모 무장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이 그 어느 때보다 국제원유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00년대 초반 러시아 황제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스탈린이 석유노동자파업을 조직한 이후 석유시설에 대한 위협을 지렛대 삼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최근처럼 소규모 무장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부각된 적은 없었다는 것.
저널은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사실을 언론을 통해 사전경고하거나 공개하는 등 언론플레이까지 벌이고 있는 MEND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국제 원유공급 상황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소규모 무장단체나 테러리스트 등에 의한 시장교란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