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IOC) 위원장이 KGB와 연루됐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89) 전 IOC 위원장이 구소련의 비밀경찰이자 국가보안위원회인 KGB와 연루됐었다고 최근 전직 KGB 요원이 낸 책에서 이처럼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현재 IOC 명예 위원장인 사마란치가 과거 스페인 독재자였던 고 프랑코 장군을 지지하는 등 극우 경력으로 유명해 이 같은 사실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러시아 역사저술가 유리 펠슈틴스키, 블라디미르 포포프 전 KGB 중령, 체스 명인인 빅토르 코르츠노이와 보르스 굴코 등 네 명이 쓴 'The KGB Plays Chess(KGB는 체스를 둔다)'에서 사마란치는 1970년대 말 구소련 첩보원들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마란치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소련과 몽골에서 스페인 대사를 지냈으며, 당시 스페인 올림픽 위원장과 IOC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책에 따르면 구소련은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골동품의 이동을 면밀히 감시했는데, 사마란치가 골동품과 보석, 그림들을 스페인으로 몰래 보내자 사마란치에게 접근해 그를 포섭했다고 텔레그라파는 설명했다.
사마란치와 접촉한 KGB 인사는 책의 공동 저자인 포포프 전 중령이었는데 그는 사마란치에게 언론에 보도돼 외교관 생활을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KGB의 일을 돕겠는가 선택하게 했는데 사마란치는 후자를 선택했다. KGB는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 사마란치를 접촉 대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포포프 전 중령은 사마란치가 소련의 스포츠 사령관으로 일한 것에 보답하고자 사마란치가 IOC 본부에서 권력을 잡을 수 있게 KGB가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포포프는 당시 소련의 영향권에 있었던 동유럽 공산권의 IOC위원들에게 1980년 IOC위원장 선출 때 사마란치에게 표를 던지도록 KGB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러시아 휴양지 소치가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당시 사마란치가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영향력 있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이밖에 올림픽위원회의 다른 고위 인사들도 KGB요원으로 언급돼 있다. 한편, 이 책에는 사마란치가 포포프와 KGB의 관계를 알았다거나 부적절한 일을 했다는 언급은 없다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현재 심장마비로 입원해 있는 사마란치를 대신해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책 내용은 순전히 추측일 뿐"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