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직장인이 감히 자산관리 서비스를?

"우리 증권사의 자산관리서비스는 일반 직장인 대상이 아닙니다. 적어도 3,000만원 이상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여유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습니까"(A증권사 대치동 지점장) 요즘 들어 증권사마다 자산관리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아우성이다.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를 봐도 '자산관리' '리테일'이라는 용어가 빠지지 않고 맨 위에 등장한다. 자산관리서비스가 새로운 증권사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이 시장에 숟가락을 놓겠다며 너도 나도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산관리를 얘기하면서 또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누구나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랩어카운트 등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얼마 전 모 증권사 도곡동 지점에 다니는 지인을 만났다. 그 지인에게 "나도 자산관리서비스를 한번 받아볼까"라고 물었다가 "너 돈 많은가 보다. 몇 억쯤 있냐"는 비아냥만 들었다. 그는 "자산관리는 적어도 억대는 돼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사에서 파는 자문형 랩 등 대표적인 자산관리 상품은 단위가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부터 시작되는 게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액 투자자들은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실제로 소액 투자자가 찾아갈 곳은 펀드 또는 직접 투자 말고는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증시가 흔들리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이 개인투자자고 설사 수익을 거둔다 하더라도 고액 자산가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자산관리의 부익부 빈익빈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곤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이 튼튼해져야 하고 그 뒤에는 일반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가계가 서 있어야 한다.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자산관리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산관리서비스는 아무나 이용하는 게 아냐"라는 지인의 말이 허튼 소리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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