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발상 전환"… 기업 압박정책 변화 예고

MB, 긴급 물가 장관회의 주재<br>내주 물가대책 저소득층 겨냥 농산물·기름값 안정에 집중<br>유류세 인하 카드는 없을듯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박재완(왼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함께 물가급등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물가 관련 장관회의. 긴급회의의 분위기는 2시간 20분 내내 무겁게 지속됐다. 백약이 무효인 듯 3년 반 동안 쏟아낸 물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하는 이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진 채 풀릴 줄 몰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품목별 억누르기에 집중한 정부의 물가 정책의 시행착오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단속과 점검 등 전통적인 방법 말고 '발상의 전환'을 하라는 이 대통령의 말은 기업 팔 비틀기로 비쳤던 정부의 물가 대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나 환율을 건드리는 거시정책 카드를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거시정책의 카드를 내놓기는 때를 놓친데다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압박 커져=이 대통령이 물가를 잡겠다고 직접 나섰지만 이번에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장마에 국제유가 상승세까지 물가를 둘러싼 외부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미뤄놓은 공공요금 인상까지 하반기 물가상승 요인으로 튀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긴 장마는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제철 과일인 수박의 경우 장마 피해로 지난해 가격보다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또 침수 피해 등으로 채소류 등의 수확물량 감소, 병충해 피해 등이 예상돼 공급량이 줄어 들며 가격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의 가격도 연일 상승세다. 100원 할인행사가 끝이 난 지난 7일부터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ㆍ경유 값은 쉼 없이 오르고 있다. 18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석유제품 가격이 높은 500개 주유소를 추출해 조사하겠다고 밝히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엄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에 부담이다. 오는 8월 전기요금을 4.8%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공공요금 인상의 발목을 계속 잡을 수도 없다. ◇뾰족한 대책 없어 고민=다음주 중 발표할 정부의 대책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발표했던 '1ㆍ13 물가대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가 물가대책은 1ㆍ13 대책의 연장선상에 마련될 것이며 특히 물가에 민감한 저소득층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가대책의 주된 축은 결국 농수산물과 기름값 문제로 집중할 것 같다"며 "다만 억지로 시장을 누르기보다는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가격 거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관심의 초점인 기름값은 하반기 중 유가 안정세가 예상되므로 그에 따른 가격안정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추가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재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휘발유 값이 고공행진을 해도 승용차를 몰고 나다니는 국민들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이나 저렴한 쌀을 충분히 공급해도 비싼 고급품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를 이룬다면 체감물가는 물론이고 통계상의 물가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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