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명경영ㆍ일등주의로 대륙을 뚫는다

대륙의 동쪽 끝인 만주벌판에서 기차로 장장 일주일가량 쉬지 않고 달려야 서쪽 끄트머리에 도달하는 광활한 땅 `차이나`. 도도히 흐르는 황하를 단숨에 가로지르고, 하루가 다르게 빌딩숲과 불야성으로 변하는 상하이, 베이찡, 항조우, 난찡 등 대륙의 도시들에선 튼튼한 뿌리를 내리기 위한 한국기업들이 밤낮을 잊은 채 땀 흘리고 있다. 13억 인구의 세계 최대 잠재시장이 펼쳐져 있는 중국 대륙의 구석구석엔 한국상품이 힘차게 살아 숨쉬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한국기업들이 `21세기의 성장동력` 으로 떠오른 중국 땅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바짝 붙어서 좇아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온 정성을 다해 중국 속에 심고 있는 `한국 혼`과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요인들, 이들의 미래전략 등을 살펴본다.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深土+川). 시내 중심부에 유독 정돈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공장이 눈에 띈다. 가정집 앞마당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 그 속에 여기저기 적당하게 자리잡은 꽃과 나무, 벤치들. 갓 페인트칠을 한듯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공장동. 이곳이 바로 국내기업 가운데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SDI 선전공장이다. 생산현장에선 2,100여명의 종업원들이 눈빛을 빛내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수오 요우 더 예우6SIGMA (所有的 業務 6SIGMAㆍ모든 업무는 6시그마로부터 시작된다)`라거나 `쩡취 메이요우 뿌량핀(爭取 沒有 不良品ㆍ불량품을 없애자)` 등 생산성향상을 독려하는 구호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주력품목은 17인치 모니터용 브라운관과 21ㆍ25ㆍ29인치 TV용 브라운관이다. 월 평균 100만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의 불량률은 거의 `0`. 생산량이나 생산성 모두 중국내 최고다. 중국인들은 이 공장의 변화에 대해 삼성의 독특한 관리와 경영노하우가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이 삼성을 가장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삼성식 전략과 관리다. 특히 `질`로 승부한 삼성의 전략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꾼` 삼성의 개혁에 대해서는 모두가 감탄하고 있다. 조우겅선 그레이트월대표는 “지난 95년 삼성이 이 공장을 인수할 당시 누구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SDI의 성공은 기본과 표준을 철저히 지키는 삼성의 경영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한국에서 1등 기업이 되고,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차별화된 관리와 전략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이런 모습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 듯 중국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엔 `삼성식 차별화된 전략과 관리가 삼성을 최고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곳 사람들은 삼성이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반드시 `디지털 리더`가 될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삼성의 전략과 제품을 보면 삼성이 최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게 한다. 이 같은 저력이 있기 때문에 삼성이 디지털 리더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이렇게 되면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중국 신식산업부의 한 고위관계자) 모든 부문에서 완벽을 요구하는 삼성의 `일등주의 정신`도 이곳에선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모범으로 꼽힌다. 신용을 생명처럼 여기는 모습 역시 감탄의 대상이다. “삼성은 그냥 넘어 가는 것이 없다. 인간관계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삼성은 자신이 이야기한 것도 지키지만 상대방도 꼭 지 키게 한다.” (대효 직원ㆍ삼성 협력업체) 삼성은 97년 중국의 3ㆍ15운동(국제소비자의 날) 당시 애프터서비스센터(A/S)의 불친절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는데 당시 다른 기업들은 변명에 급급했으나 삼성은 이를 인정하고, 잘못을 시정한 점을 중국인들은 높이 사고 있다. 또 자동차 사업을 포기할 때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자산을 내놓아 사업 실패의 책임을 떠 안은 모습에 대해서는 귀감으로 삼고 있다. 중국경제일보 저우레이(周雷) 기자는 “3ㆍ15운동이후 삼성의 서비스센터는 180도 변해 서비스뿐 아니라 제품의 품질까지 높이는 고객만족경영센터로 변모했다”면서 “자신의 잘못과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삼성을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투명한 경영과 `세게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식 기업문화, 신용을 지키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중국 신왕국`을 건설해 나가는 삼성의 발걸음에는 지금 탄력이 더해지고 있다. ■ 이건희 회장 중국 사업관 이건희 삼성회장은 중국을 `제2의 삼성`을 만들어 나갈 글로벌 경영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중국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전략시장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현지완결형 구조를 가진 `또 다른 삼성`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고급화와 차별화다. 이 회장은 지난 2001년 11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전자 사장단 전략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완전 경쟁시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아래 낮은 인건비를 고려한 생산기지 차원에서 추진해 온 중국사업 전략을 고급ㆍ차별화를 통한 브랜드 중심의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 회장의 중국 사업에 대한 구상은 최근 들어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그 목표가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시장 전략을 신경영 2기 핵심과제로 설정, 중국 진출 및 사업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중국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백전백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룹 전사 차원에서 중국 시장 경영전략을 다시 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생각에는 `중국시장 파고들기`와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하자`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최대 맞수가 될 중국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전략으로 압도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는 이 회장의 구상이 얼마만큼 빛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 중국인이 본 삼성 - 류원하오 중산신예전자유한공사 사장 중국은 놀랄 정도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번영과 성장에는 삼성이 큰 기여를 했다. 중국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 내가 삼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7년전 삼성SDI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부터다. 그 이후 SDI를 보면서 삼성은 탁월한 안목과 경영관리 능력을 가진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 당시 중국 국영기업은 기술, 관리, 인력 모두 노후화되고 효율이 극히 낮았다. SDI는 이런 국영기업을 인수해 삼성의 첨단기술과 효율적인 관리체제를 도입했다. 공장과 사무실, 생산라인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고, 직원들도 활력과 적극성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삼성인들의 피나는 노력과 창조정신이다. 삼성 임직원들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회사에 대한 헌신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잇달아 내놓았다. 고객 수요를 중심으로 결함과 착오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최저ㆍ최적 자원투입으로 품질과 생산효율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6시그마 혁신전략`이 그 것인데, 이는 우리회사는 물론 많은 중국기업들이 배워야할 전략이다. 협력파트너와의 공동성장을 실현하고, 공급업체도 삼성의 일부분으로서 동고동락할 수 있게 만든 삼성의 `윈-윈`이념도 믿음을 준다. 기술과 관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삼성뿐 아니라 협력업체도 같이 발전한다는 이 이념은 협력업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삼성 협력업체들은 `윈-윈`이 삼성과 같이하는 공동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삼성을 필요하듯 삼성도 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 밀접하게 협력하고 삼성의 발전에 따른다면 훌륭한 앞날을 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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