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튼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1월 초 서울 방문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튼 대사는 강연차 일본을 방문하는 기회에 한국을 들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와 일정을 조정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어제 오후 볼튼 대사측으로부터 방한을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볼튼 대사는 이라크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관련 일정으로 방한 계획을 갑작스레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단 볼튼 대사의 방한이 취소됨에 따라 안도하는 표정이다. 대북 제재에 있어 초강경파인 볼튼 대사의 입에서 어떤 돌출 발언이 튀어 나올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 사업ㆍ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 등을 두고 한미간 미묘한 입장차와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국면에서 ‘돌발 상황’은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컸던 게 사실. 한 외교소식통은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사태 해결에 도움은커녕 상황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말의 이런 우려는 그 동안 볼튼 대사의 언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볼튼 대사는 지난 15일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당시 거부의사를 밝히며 퇴장한 박길연 주 유엔 북한대사를 비난하며 “유엔은 북한을 축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4일(현지시간) 폭스TV와 인터뷰에서는 “경제ㆍ정치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북한 내)민주화 세력이나 해외 난민들을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003년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시절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포악한 독재자’로 표현해 “그를 더 이상 미 행정부의 관리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런 자와는 상종하지 않기로 했다”는 북한 외무성의 반발을 산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