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오는 12월1일 서병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인 감세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물밑 빅딜을 시도한다.
이는 민주당이 정부의 새해 수정예산안을 재수정할 것을 주장하며 예산심의 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데 따른 절충 협상이다. 강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2% 안팎으로 하락한 데 따른 세수감소 해결책 및 세출확대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강 장관의 보고를 바탕으로 각측의 대표 감세안인 종합부동산ㆍ소득세ㆍ상속세ㆍ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개편안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28일 서 위원장과 이광재 민주당 의원(재정위 소속 민주당 간사)에 따르면 강 장관은 12월1일 오전 재정위의 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협의한다. 서 위원장은 “월요일 회동에서 감세안 처리의 윤곽이 마련되면 내년 세입 규모의 골격이 세워지므로 예산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先) 감세안 처리, 후(後) 예산안 처리’를 위해 250여개에 달하는 예산부수법안의 처리 방향을 협의하자는 것”이라며 “이번주 중에는 최소한 (재정위 산하) 조세소위에서 세법들을 처리해야 (정기국회) 막판에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야는 이처럼 물밑협상을 앞두고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강경 목소리를 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새해 예산안 재수정 요구에 대해 “수정예산을 내게 되면 국회 심의를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야당이 억지만 쓰고 있다”며 예산안 재수정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수정 예산안을 내놓지 않으면 계수조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정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강행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계수조정소위원회를 거부하겠다며 맞불 작전을 폈다. 민주당은 정부의 기존 수정예산안이 최근 2%선 안팎까지 낮아진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반영하지 못한 채 4%대 성장률을 근거로 짜여졌고 지방재정 감소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집행 계획이 미흡하다며 재수정 요구를 고수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배수진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으로서는 계수조정소위를 비롯해 예산안 처리 일정 협의를 거부한다고 해도 이한구 예결위원장이 직권으로 일정을 결정해버리면 여당의 강행처리를 저지할 도리가 없다. 또 같은 야당인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의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역학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 강행을 저지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류근찬 선진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기존 수정예산안이 미흡하다는 민주당의 지적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지만 국회 상당수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돼 예결위로 넘어온 상황에서 예산안을 다시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