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리전 후끈… 최대화두 '뱅크 워'

■ 주요 은행장들 올해의 어록<br>신년사등 통해 새해 벽두부터 포문 열어<br>독자적 전략 주문, 내부결속 다지기도<br>내년 각 부문서 본격적 전쟁 예상 주목


올해 금융계의 최대 화두는 ‘은행 전쟁(bank war)’이었다. 그러나 한해를 되돌아보면 은행 전쟁은 말의 전쟁이었고, 특히 전쟁을 진두지휘한 은행장들의 말의 성찬이었다. 전쟁의 결과 패자는 없었고 모두들 승자로 남았다. 올해 은행권은 10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연말에 두둑한 특별 상여금을 푸짐하게 안겨줄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서로 긴장하며 상대방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심리전이 난무했고 오는 2006년에는 심리전을 넘어 본격적인 고지 전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은행 전쟁의 포문은 연초 각 은행장들의 신년사에서 쏟아졌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강한 논조로 포문을 열었다. 신 행장은 “올해는 저마다 사활을 걸고 펼칠 은행들의 전쟁, 생존과 번영을 향한 ‘빅뱅’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정면 승부는 불가피하며 전쟁에서 ‘이등’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손자병법은 물론 이순신 장군과 도산 안창호 선생까지 언급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새해 벽두 전국부점장 회의에서 “올해 치러질 금융대전의 심판자는 고객”이라며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성공을 지원하는 파트너가 되자”고 제안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005년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온 국민은행의 재도약 시점”이라며 “리딩뱅크로서의 위치를 더욱 위협받을지 여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렸다”고 내부 각성을 촉구했다. 은행장들은 독자적인 영업전략에 맞춘 주문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신 행장은 ‘들개론’과 ‘블루오션론’을 들고 나와 강온전략을 병행했다. 그는 5월 월례조회에서 “발상의 전환과 가치혁신을 통해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전인미답의 ‘블루오션’으로 가야만 큰 수익과 대도약을 이루는,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9월에는 “타성을 깨고 혁신과 변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들개는 혀 끝으로 창을 핥다가 죽어간다”는 에스키모인들의 들개 사냥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황 행장은 영업일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벤치마킹 사례를 매월 적극 소개하고 은행의 구체적인 영업전략을 제시해 다른 행장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월례조회가 다른 은행과 달리 둘째 주에 열리는 것도 영업실적을 점검, 구체적인 ‘전술’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된 것은 ‘솔개론’. 그는 4월 월례조회에서 “대부분의 솔개는 40년을 살다가 죽는데 이중 일부는 반년에 걸친 고통스러운 갱생과정을 통해 30년을 더 산다”며 “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솔개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3ㆍ4분기까지 ‘국제적 최고관행(IBP)’과 고객만족(CS)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에 주력했다. 그는 3월 월례조회에서 “크지만 빠른 조직이자 깨끗하고도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자”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매월 거르지 않고 IBP정신을 강조했다. 하반기에는 CS운동을 벌인 결과 CS평가 최상위로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4ㆍ4분기 들어 은행장들은 개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술을 본격적으로 구사했다. 신 행장은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내부의 동요를 염두에 둔 듯, 일본소설 ‘신대망(新大望)’의 주인공 사카모토 료마를 언급하며 사명감과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황 행장은 ‘토종은행론’을 본격화하며 이를 영업카드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12월 월례조회에서 “한국사람이 과반수 이상을 소유하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은행이 토종은행”이라며 “우리은행이 돈을 벌면 88%가 우리나라에 이익으로 돌아가지만 다른 은행은 85%가 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중 토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정립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행장은 연말에 들어서면서 ‘영업 본격화’의 기치를 올렸다. 그는 11월 창립기념사에서 “앞으로 2년 동안에 국민은행이 (자산) 300조원, 나아가 400조원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대도약’을 이룩하자”며 사실상 영업전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올 한해 금융권은 은행장들의 입을 통한 ‘말의 전쟁’을 치렀지만 내년에는 영업전쟁이 각 부문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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