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 사교육 부담 줄지만 낮은 변별력 우려도

성적표에 표준점수 대신 등급만 90점 이상이면 '우수' 등급 받아

학교 수업 회화 중심으로 재편… 특목 - 일반고간 격차 커질수도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영역의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영어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고 말하기·듣기 등 실용 영어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변별력 상실에 따른 영어 학습량 감소와 함께 수학·과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교육부는 25일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영역의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변경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절대평가는 응시 집단 내에서 순위를 매기던 상대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90점 이상이면 모두 우수 등급을 부여하는 등 성취도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행 4%에 불과한 1등급 학생이 대폭 늘어날 수 있어서 상대평가 방식보다 한결 쉬워지는 셈이다. 수능에서 절대평가가 도입된 것은 2017학년도 수능 한국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성적 산출은 등급과 표준점수·백분위를 제공하는 현행 방식에서 등급만 제공하는 것으로 바뀐다. 영어 영역의 등급 수는 한국사와 같이 9등급을 도입하는 방안과 4~5등급으로 등급 수를 더 줄이는 방안 등을 놓고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이후 결정된다. 2018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이 내년 8월 발표되는 만큼 영어 절대평가의 점수와 시험 체계 등도 이때까지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교육부는 영어 영역의 절대평가 도입이 상대적 서열을 중시하는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말하기·쓰기 등 균형 있는 영어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사교육비 감소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절대평가 도입이 쉬운 출제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영어 학습 부담이 줄어들고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영어 교육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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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번 절대평가 도입이 수능 시험의 변별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에 따르면 절대평가 등급 수를 9개로, 1등급을 원점수 100점 만점에서 90점으로 가정해 2015학년도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표준점수는 122점, 백분위는 85점 내외가 돼 전체 수험생의 15%인 8만7,000명 정도가 1등급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소재 상위 10개 대학 정원이 약 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평가로서의 시험 기능은 사실상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주요 과목에서 변별력이 상실되면 올해 수능에서처럼 기타 과목의 난도 조절 실패가 더해지며 평가 자체가 흔들릴 수 있고 대학들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기타 수단을 동원할 여지도 커지게 된다.

영어 절대평가가 정착하려면 영어 관련 대학별 고사와 특기자전형을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 집중 교육이 가능한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와 일반고 간의 교육 기회의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영어 실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영어 학습량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절대평가 도입은 어떻게 보면 영어 공부를 적게 하라는 이야기"라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상당히 없어지겠지만 변별력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영어 변별력 상실은 수학이나 국어·탐구과목 등의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1~2점으로 대학 당락이 좌우되는 상황인 만큼 학생들이 다른 과목의 사교육에 더 집중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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