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반도의 도시모습 사진에 담다

'獨 사진 거장' 스트루스 국내서 첫 개인전… 사간동 갤러리현대서 17일 개막


현대 사진의 큰 흐름을 이끌고 있는 독일의 베허(Becher Schule)학파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피사체를 무심한듯 객관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오히려 그 속에 다의성과 시각적 긴장감을 얹어준다. 안드레아 구르스키, 칸디다 회퍼 등과 함께 베허학파의 주축을 이루는 거장 토마스 스트루스(56)가 처음으로 국내 개인전을 연다.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17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을 주제로 해 더욱 뜻 깊다. 뒤셀도르프미술대학에서 추상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에게서 회화를, 베른트 베허로부터 사진을 배운 스트루스는 1970년대 후반 인적 없는 독일 도시의 풍경을 흑백으로 찍기 시작했고 80년대는 '도시풍경', '가족초상'으로 무심한 장면에 대상의 진짜 캐릭터를 담아냈다. 특히 작가의 대표작인 '뮤지엄시리즈'는 수백년 전의 유물ㆍ그림들과 동시대의 사람이 한 곳에 존재하는 장면을 포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긴장감을 표현했다. 2007년부터 3년간 서울, 울산을 비롯 평양까지 한반도의 도시를 돌며 촬영한 15점의 작품들에는 급속한 산업화와 보존된 전통, 인공과 자연이 공존한다. 작가는 "산업적인 왕성함과 아름다운 자연, 한반도의 특수 상황과 아파트 건축물 등을 한발 떨어진 입장에서 담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내재된 에너지와 최대한 접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부산에서 찍은 한진해운의 부두 사진은 바닥을 꽉 채운 컨테이너들과 모든 것을 포용할 듯한 텅 빈 하늘이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거제 조선소는 거대한 구조물이 풍경을 압도한 가운데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울산의 도시는 나즈막한 주택들과 치솟은 고층 아파트, 연기를 뿜는 공장들이 근경, 중경, 원경에 병풍처럼 펼쳐진다. 설악산 칠형제봉은 개발공사 뒤편으로 산수화 같은 절경이 보이고 양양의 평온한 바닷가를 가로지른 철조망은 한반도의 정치상황을 대변한다. 5일간 머문 평양 북서동에서는 '자주평화친선'의 구호가 내걸린 고층 빌딩숲을 담았다. 작가는"사람간의 접촉이 차단된 폐쇄성과 자부심의 과시가 공존한 평양의 이상한 풍경에 가슴이 아팠다(painful)"고 술회했고 엄격한 통제 때문에 작품을 단 한 점밖에 건지지 못했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살아있는 증거만을 수집'하고자 하는 작가는 세심한 관찰 후 순간을 포착할 뿐 절대 연출된 사진은 찍지 않는다. 2007년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는 '판테온, 로마'가 105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9일까지 열린다.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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