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 위기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열린 캐나다 선진7개국(G7) 재무ㆍ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는 발등의 불인 P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재정위기 해결책보다는 금융개혁 방안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G7은 유럽 재정문제가 "통제 가능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뢰감 조성에 주력했을 뿐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G7회담에서 PIGS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EU 쪽은 PIGS 위기가 유럽단일 경제체제에 대한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컸다.
그러나 PIGS 문제가 톤 다운된 근본적인 배경에는 주요20개국(G20)에 밀려 영향력이 감소한 G7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국가부채 문제가 G7의 핵심과제로 지목됐으나 실제로 회의에서는 뒷전에 밀렸다"며 "이는 G7이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5~6일 이틀간 열린 회담에서 유럽 재정위기는 첫날 저녁에만 논의됐을 뿐 정작 본무대인 6일 회의에서 G7은 금융시장 개혁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의제에 치중했다.
유럽재정 위기를 보는 유로존(16개 유로화통용국)과 미국ㆍ영국 등 비유로존 간에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비유로존 재무장관에게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는 유럽 자체적으로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다는 자신감을 보였으나 미국과 영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면서 EU가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EU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럽이 재정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잘 대처해나갈 것임을 비유로존국가에 인식시켰다"고 말했다. 독일은 그러나 그리스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그리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비유로존의 목소리는 다소 달랐다. 주최국인 캐나다의 짐 플래허티 장관은 "그리스의 문제는 G7뿐만 아니라 EU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고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그리스는 재정감축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유로존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거들었다.
로이터통신은 월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EU는 이번 사태를 조율할 재무부가 없다"며 "그리스는 파업을 선언했으며 세수를 늘리기도 쉽지 않아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단골 메뉴인 위안화 절상 문제도 논의 과제에 올랐지만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회의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재무장관그룹 의장은 위안화 문제와 관련, "이스탄불에서 합의된 것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동성명서조차 "중국이 위안화를 보다 유연하게 변동시키는 조치를 환영한다"며 미지근한 목소리를 내는 데 그쳤다. 중국이 빠진 G7 차원의 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논의는 무의미하며 앞으로 G20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G20의 과제이기도 한 금융개혁 방안과 관련, 금융기관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데 대한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은 새로운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총론은 찬성하면서도 각론은 추후 논의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은행이 금융위기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합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다양한 접근방식이 제시돼 의견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영국은 보너스에 대한 50% 과세방안을, 미국은 금융위기 책임세 도입, 독일과 프랑스는 금융거래세를 매기자는 자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방안을 채택할지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안한 은행 대형화와 업무제한을 골자로 한 '볼커 룰' 역시 이견이 오갔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은행의 업무를 제한하게 되면 규제를 받지 않는 은행으로 관련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