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국경제 활성화 처방] 경제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이경태<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우리경제가 3년 연속 잠재성장률 5%를 밑도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결론부터 말해서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수출이 받쳐 주어서 3~4%의 성장이 가능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건설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 때문에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경기회복의 관건은 기업의 설비투자와 소비 지출여하에 달려 있다. 설비투자와 관련된 몇 가지 변화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기업들은 자금조달측면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수출호조와 저금리기조 및 부채비율축소덕분에 내부현금보유가 충분하고 금융차입도 기업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라도 가능하며 주식 및 회사채발행과 해외차입의 길도 열려 있다. 또한 대기업들은 투자결정이 보수화되었다. 투자사업의 장단기수익성을 꼼꼼히 계산하고 현금흐름을 점검하는 행태는 외환위기이전의 묻지마식의 투자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 배경에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화와 외국인 주주들의 감시, 금융기관의 보수적 대출심사가 작용하고 있고 나아가 투자실패의 경우에 정부의 보호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경계심리가 깔려 있다. 대외적 변화는 역시 중국의 급부상이 초래하는 불확실성이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중화학공업에 대한 대규모투자는 5년 내지 10년 이후의 중국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변화된 환경하에서 기업들은 확실한 전망이 보이는 사업 이외에는 투자를 주저할 것이다. 소비부진은 근본적으로 미래소득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사오정, 오륙도가 더 이상 우스개 소리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에 공무원이나 교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후 연금이 턱없이 빈약하니까 열심히 저축을 해야만 다가오는 고령화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후장대형의 대규모신규투자를 기대하기는 대단히 어렵지만 만약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해외로 나가는 투자를 어느 정도까지는 국내로 역류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미래유망산업의 발굴과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우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기업지배구조를 보면 외환위기이후에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는데 집중한 결과 소유 경영인들에 대한 견제일변도로 치우친 감이 있다. 사외이사회, 주주총회등의 권한이 강화된 것은 좋지만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공격적인 투자의욕을 꺾어 버리고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는 위험이 수반되게 마련이지만 위험을 능가하는 기회를 포착하는 동물적 본능과 감성은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며 이는 결코 합의체기구로써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시중은행들 역시 안전위주의 대출관행에서 벗어나서 위험을 집합하고 분산시키는 금융본래의 기능에 더욱 충실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금융감독의 준칙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미래소득의 불안을 야기하는 첫째 이유는 직장의 불안정성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인력을 감축해 온 결과 소비부진, 영세자영업자의 양산, 사회보장부담증가등의 사회적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기업의 생산성향상효과도 분명하지 않다. 다음으로 연금개혁의 지연과 개인연금제도의 낙후를 지적할 수 있다. 경제활동은 심리에 의해서 좌우되는데 지금 기업과 소비자들은 어떤 이유 때문이건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인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 사회가 이견으로 나뉘어지고 논쟁이 접합점을 찾지 못하면 모두가 불안해 진다. 우리사회의 주요 화두중의 하나인 분배논쟁이 그 예이다. 선진사회에서는 이미 이삼십년전에 종지부를 찍었는데 우리는 지금 그 한가운데에 있다. 물론 우리사회도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므로 피해 갈 수는 없지만 빠른 시일내에 끝내야 한다. 성장을 압축적으로 했듯이 분배논쟁도 압축적으로 굵고 짧게 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달리고 있는데 우리만 걸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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