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택연금 가입자 1만명 넘어선다는데…

60세 이상 고령자가 자기 집에 살면서 그 집을 담보로 맡기고 죽을 때까지 매달 일정액을 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론) 가입자가 곧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산하기관인 주택금융공사에 의해 지난 2007년 도입된 지 5년 만으로 미국에서 관련 제도 도입 당시보다도 빠른 보급 속도라고 한다.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주택연금 상품이 운용상의 문제로 지속 가능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감사원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주택연금은 애초에 운영자 입장에서 여러 손실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거나, 금리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연금 운용사업자는 손실을 보는 구조다. 이 가운데 감사원이 이번에 강조한 것은 집값 하락 리스크다. 현행 주택연금 상품은 매년 주택가격이 3.3% 오른다는 가정하에 설계됐으나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이런 전제가 깨진 것이다. 감사원이 연금가입 아파트 소유자들의 집값을 조사해보니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오르기는커녕 1.6% 떨어졌다. 그 차이를 반영해 현재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해서 오는 2040년까지 연금운용 누적 손실액을 따져본 결과 4,600억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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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주택연금 운용 손실액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집값이 상승 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가입자들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향후 최대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산술적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미래 집값 및 기대수명, 금융시장과 금리동향, 연금지급 수요에 대한 정밀한 예측과 리스크 포트폴리오에 대한 종합적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주택연금 상품은 자기 집 말고는 의지할 것이 없는 은퇴자들을 위한 복지적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요즘처럼 불황기에 주택들이 헐값에 시장에 나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때문에 집값을 떠받치는 역할도 한다.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와 고령화 시대에 주택연금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나름대로 순기능이 많은 만큼 주택연금제도는 앞으로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적 기능도 높이는 방안을 강력히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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