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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국채사업 수주 삐걱] 中 저가 공세에 수주 여건 악화

■ 건설업체는…<br>발주처 무리한 요구…사업 포기도


국내 건설업체들이 텃밭인 중동을 기반으로 해외건설 수주 신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업체들의 거센 견제와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로 입찰을 포기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굴지의 엔지니어링업체인 S엔지니어링이 카타르 육상 가스전 프로젝트를 일본 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사실상 따냈지만 계약이 지연되면서 아직 공식 수주 소식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포함된 경쟁 컨소시엄이 저가로 밀어붙이면서 발주처가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해외공사 입찰은 경쟁업체끼리 정보공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구체적인 사실보다는 소문만 무성한 경우가 많다. A공사에 BㆍCㆍD업체가 입찰했는데 서로 쉬쉬하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입찰을 했는지 어디가 떨어졌는지도 잘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등 해외업체가 저가 공세로 나오면서 국내업체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단순 토목공사는 이미 중국과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주력 부문인 플랜트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경쟁에 나서고 있어 수주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에는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유럽의 선진 건설업체들도 저가 수주 경쟁에 뛰어들어 국내업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타워' 빌딩 입찰을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포기했다. 이 빌딩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8m)보다 더 높게 지어질 예정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프로젝트다. 경쟁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발주처의 콧대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계약관행에 어긋난 요구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해외건설 경쟁에서 국내업체들이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가려면 중동에 편중된 지역을 다변화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 지역 편중도는 해외건설 첫 수주가 이뤄진 1965년 이후 지난 45년간 평균 62%, 최근 10년간 63%에서 올해는 76%로 높아졌다. 부가가치가 낮은 점도 문제다. 올해 해외수주 중 단순도급형 사업의 비중이 98.1%에 이르며 핵심설계 기술이나 부품은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계를 포함한 건설엔지니어링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왔던 국내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후발업체들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로 중국의 경우 해외시장 점유율이 2003년 6%(7위)에서 2009년 13%로 1위에 올라섰다. 권혁진 해외건설과장은 "남미ㆍ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입찰에 참여했다가 중국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기업들도 해외 인지도가 많이 높아진 만큼 가격경쟁보다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관리 분야 및 기술력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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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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