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 사업, 나 없어도 잘 굴러가네?"

창업땐 '기술자 마인드' 금물. 사업 시스템화 '턴키 혁명'을 ■ E 신화(마이클 거버 지음/상상북스 펴냄) 나는 대단한 파이기술자다. 파이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굽는다. 파이 만드는 일은 또 얼마나 재미 있는지, 빵을 굽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그래서 파이 업체를 창업했다. 동네 손님들이 맛있다고 난리다. 밀려드는 주문에 한 시도 쉴 틈이 없다. 매상도 매일매일 수북하니, 기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진작 창업할걸.." 그러나 누군가 빵 맛이 이상하다고 시비다. 직접 먹어보니 맛이 정말 이상하다. 주문량이 많다 보니 사소한 실수가 있었나 보다. 잠을 줄인다. 또 줄이고 줄이다 보니, 하루 2~3시간을 제외하곤 가게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원래 창업의 목적은 삶의 자유였는데.." ('파이 가게' 창업자 사라의 사례) 통계에 따르면 개인 창업자의 40%가 1년 내에 문을 닫고 80%가 5년 안에 사업을 정리한다고 한다. 왜 개인 사업자들의 성공률이 이렇게 바닥을 헤맬까. 마이클 거버의 'E 신화'는 대부분 개인 사업자들은 창업 초기 승승장구 하다가 이내 벽에 부딪히고 만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과 극복 방법을 제시한다. 창업자들의 실패 원인은 한 마디로 'E 신화'라는 오해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요컨대 대부분 창업자들은 '사업자'가 아니라 '기술자'에 머문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창업을 하고, 사업에서도 기술적인 일에 매달릴 뿐, 사업가적 상상력과 추진력은 거의 발휘하지 않는다. 자동차 수리공은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디자인 사무실을, 변호사는 법률 사무소를, 미용사는 미용실을, 제빵사는 빵집을 내고는 자신의 기술을 발휘하고, 거기에 만족하는 식이다. 이들 기술자들은 한결같이 "최고의 기술을 가졌으니, 비즈니스도 틀림없이 성공하겠지"라는 확신을 갖는데, 이는 완전히 착각일 뿐더러 실패의 화근이라는 것. 기술적인 일과 비즈니스적인 일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사업주가 기술적인 일에 집착하면 할수록 사업에 필수적인 비즈니스에 더욱 소홀해 지게 되고, 사업의 실패가 점점 가까워진다"고 지적하면서 'E 신화'의 위험성을 일깨운다. 이처럼 자신의 기술이 사업 성공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될 거라는 착각이 바로 'E 신화'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E 신화'를 극복하고, 소자본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사업주가 사업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사람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이른바 '턴키 혁명(Turn-Key Revolution)'을 실현하는 것이다. '턴키 혁명'이란 '사업 구축 프랜차이즈'라는 뜻으로 저자의 독창적인 소자본 창업 성공 전략이다. 저자는 턴키혁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맥도날드를 꼽는다. 맥도날드의 사업구축 프랜차이즈는 가맹점들에게 상표를 사용할 권리 외에 사업을 행하는 모든 시스템까지 제공했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의 말은 '턴키혁명'의 개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맥도날드의 운영시스템은 초보 아르바이트생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은 일할 필요가 없습니다." 'E 신화'의 저자 마이클 거버는 소자본 개인 사업자들이 턴키혁명에 성공하기 위해 늘 다섯 가지 문제의식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나 없이도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의 간섭 없이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업을 시스템화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 사업을 소유하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등이다. 이 책은 저자가 파이집 창업자인 사라와 상담을 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현실감이 있고, 술술 읽힌다.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사업에 지배되지 말고 사업을 지배하라"는 교훈으로 모아진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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