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5월 16일] 장기 저성장 가능성 경고 주목해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세가 1ㆍ4분기 안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2.3%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3.7%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팀장인 윤 장관과 싱크탱크인 KDI의 긍정적인 경기진단은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경기회복 조짐이 추세적이기보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1ㆍ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선방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낸 것은 막대한 재정투입과 금리인하 및 환율약세 등에 힘입은 바 크다. 2ㆍ4분기 들어서면서부터는 환율효과도 둔화되고 금리도 당분간 내리기가 쉽지 않아 1ㆍ4분기와 같은 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불투명한 세계경제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도 큰 부담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엊그제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놓았지만 세계경제가 언제 회복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시장이 다소 기운을 차리기는 했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경제가 앞으로 10년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매우 비관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 역시 세계경제가 ‘L’자형으로 회복이 매우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빨리 회복되면 다행이겠지만 저성장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은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는 게 시급하다. 국내 구조조정은 선진국 등에 비해 너무 더디다. 최근 몇몇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듯하자 일부 기업들이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 구조조정은 실기하면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년 장기불황이 계속된다는 전제 아래 기업은 체질개선, 정부는 규제혁파 등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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