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약품 급성장 비결, 약인가 독인가

한미약품이 제약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있다. 눈부실 정도로 단기간에 사세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거의 황태자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미약품의 급성장을 둘러싸고 제약업계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업계 발전을 위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주가로는 업계 1위 = 주가는 미래가치를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4월18일 한미약품의 1주당 가격은 5만8천600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06년 4월17일 한미약품의 1주당 가격은 13만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1조800억원 가량으로 유한양행(1조4천300억원 가량)에이어 업계 2위에 당당히 랭크돼 있다. 하지만 액면가 5천원을 기준으로 따진 절대주가에서는 이미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한미약품 1주당 액면가는 2천500원인데 반해, 유한양행은 5천원이기 때문이다. ◇ 급성장 비결 뭔가 =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이와 약효가 같은 이른바 `개량신약'을 만들어 처방의약품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개량신약이란 기존 오리지널 신약의 화학 구조나 제제, 제형을 약간 변형시켜부가가치를 더욱 높인 약물로 신약도 아니고 카피약도 아닌, 신약과 카피약의 중간에 있는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방위적 영업력이 뒷받침해 준 것도 성공신화 창조에 한몫했다. 한미약품이 내놓은 대표적인 개량신약은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 이 전문약은2004년 9월 출시되자마자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2005년 한해동안 무려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한미약품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 약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대표적인 의약품이라 할 수 있는 고혈압치료제`노바스크'의 주요성분 특허가 2004년 끝나는 시점에 맞춰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사중에서는 가장 먼저 선보인 개량신약이었다. 노바스크는 건강보험 약품비 청구액 상위 100대 의약품 중에서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내놓은 아모디핀은 그간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던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바짝 뒤쫓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노바스크의 건강보험 약품비 청구액은 아모디핀의 등장으로 2004년 1천316억원에서 2005년 1천68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모디핀이 노바스크의 시장을 빼앗은 격이다. 한미약품은 영업비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약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미약품의 영업 마케팅 방식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말로 `메뚜기떼'라고 깍아내린다. 특정 지역의 병원과 약국을 선정한 뒤 자사의 영업직원들을 이곳에 집중 투입해공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약품 영업직원들이 샅샅이 훑고 지나간 곳에서는 어떤 제약사도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영업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 성공비결 약인가 독인가 = 한미약품은 자사의 급성장을 견인한 개량신약 개발전략을 국내 제약업계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을 개척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턱없이 뒤지는 연구개발비 규모에 비춰봤을 때 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의약품을 약간 변형시켜 말 그대로 더욱 개량된 형태의 약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한국형 의약품 개발전략으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물질 신약개발은 수억달러의 연구개발비와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걸리는 매우 모험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반면, 개량신약은 3∼5년의 연구기간에 수십억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만 쏟으면개발이 가능하다. 한미약품 연구센터 이관순 소장은 "따라서 개량신약은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제약사가 신약개발 전문회사로 가는 중간단계의 연구개발 전략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중단기적으로 개량신약 개발에 힘을 쏟아 고속성장을 이루어 어느 정도 자금과기술력을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혁신적 신약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이 같은 전략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다는 비판적 의견도 만만찮다. 이른바 개량신약은 국내시장을 주로 겨냥한 약이다. 세계시장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가시밭길을 마다하고 쉬운 지름길을 선택해서 안방에서 편안하게, 쉽게 돈을 벌겠다는 전략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의약품시장 개방이 더욱 확대되면 조만간 우수한 품질의 저가 카피약 개발 전문국가인 인도와 중국의 약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올텐데, 그 때 가서는 어떻게 대응하려는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그나마 연구개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형 제약사들마저 한미약품의 성공에 자극받아 `한미약품 따라하기'에 나섰다는 점.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인력과 자본을 오리지널 신약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개량신약 개발쪽으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그간 국내에서 10여개의 신약이 개발돼 시판허가를 받았지만, 연구개발비용과 시간, 노력에 비해 시장에서 그 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외면받은쓰라린 경험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국산 신약의 경우 출시된 지 벌써 몇 해가 지났지만, 지금까지 연구개발비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국내 제약사들의 이 같은 개량신약 쏠림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 허가담당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전략은 국내제약업계의 화두"라며 "중장기적으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