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재벌총수들의 해외투병

이건희·정세영 회장 등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총수들이 미국에서 암 투병중이다. 새 천년 한국경제 재도약의 선봉장이 돼야 할 총수들이 투병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도 안타까워 하고 있다.먼저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정기 신체검사중 폐와 폐사이에 있는 림프절에서 미세한 혹이 발견돼 지난 연말 삼성서울병원에서 조직검사를 겸한 제거수술까지 받았다 한다. 이 회장은 이후 삼성서울병원의 의료진들 건의로 미국 방문길에 올라 암 전문병원인 앤더슨센터에서 다른 장기로의 전이여부에 대한 검사와 수술부위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다. 앤더슨측 의료진들은 지난 11일 오전(한국시각) 이 회장에 대한 치료경과가 매우 양호하며 다른 장기쪽으로 전이된 흔적도 전혀 없어 충분히 완치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따라 이 회장은 현재 항암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방사선 요법까지 병행해 치료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정세영 회장의 경우 병세나 치료전망 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 회장 역시 이 회장과 같은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투병중인 것만은 사실이다. 두 재벌총수들이 하루빨리 완치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런 기원과 함께 마음 한편에서는 서운한 감정이 이는 것도 숨길 수 없다. 바로 왜 두 회장 모두 미국에서 치료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내노라 하는 최고 병원의 오너들이 아닌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국내병원의 의술(醫術)을 믿을 수 없어 미국까지 건너간 것으로 단정한다면 오해일까. 물론 이건희·정세영 회장 등이 치료를 받고 있는 미국 MD 엔더슨 암센터는 뉴욕의 슬로언 케터링, 마운트 사이나이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암 전문병원중 하나다. 그래서 그 병원을 찾았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이란 외진 곳에 있는 이 병원에는 전 세계에서 암에 걸린 부호들이 몰린다. 이유는 최첨단 암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MD 엔더슨은 암의 수술적 치료 보다는 방사선·화학적 항암치료가 강한 것으로 손꼽힌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한국에서 5,000만원~1억원선인 백혈병 골수이식 수술이 이곳에선 약 50만달러(6억여원)나 된다. 말 그대로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는 병원이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서울중앙병원은 그만 못하는 것일까. 일반 국민들은 이들 두 병원을 최고권위의 의료진과 최신·첨단의 의료기자재를 보유중인 대형병원으로 손꼽고 있다. 따라서 일반환자들은 이들 병원에서 진료 받으려면 몇달씩 기다려야 하는 지경이다. 그런 자신의 병원을 뒤로 하고 그 오너들은 모두 치료를 받으려 머나먼 미국땅으로 떠났다. 특히 정말 국내에서 치료법이 없거나 특정의사가 아니면 치료가 안되는 특별한 질병이면 또 모르겠다. 미국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의 경우 심각할 지경이 아니어서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정도면 국내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삼성의료원 아니면 서울대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국내 병원을 뒤로 한채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재벌회들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해진다. 이들 보다 더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많은 일반환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귀하신 재벌회장의 병 치료를 두고 왈가왈부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으나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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