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국가 주도형 공공계획 왜 실패했나?

■ 국가처럼 보기 (제임스 C 스콧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구소련이 1921년에 착수한 '농업 집단화'를 두고 스탈린은 국가 전체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줄 혁신적인 계획이라고 장담했었다. 고도의 기계화를 이룬 집단농장을 만들어 농업경제학과 공학분야 출신 관리들이 운영하면서 전체 노동력의 10%를 투입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농업 총생산량의 2.2%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실패였다. 이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계획은 야심차게 시작되지만 종종 참담한 실패에 봉착한다. 예일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여기에 의문을 품고 다각적인 분석을 시작했다. 저자는 20세기 근대 국가들이 실패한 이유로 ▦국가 단순화 ▦하이 모더니즘 ▦권위주의적 국가 ▦무능한 시민사회의 4가지 결함을 꼽았다. 첫째 요소인 '국가의 단순화'는 국가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한 행정적 질서화를 말한다. 표준어 지정, 도량형 통일, 도시설계와 토지구획, 교통 체계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가 주도의 공공 계획을 추진한 이들은 국민 개개인의 개성과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목표를 향한 획일적 표준화만을 추구하다가 실패를 불러왔다는 것. 두번째 요소인 하이 모더니즘은 과학과 기술적 진보에 대한 강력한 신념이다. 특정한 시대ㆍ사회적 맥락에서 비롯한 19세기 말 경이적인 산업 발전이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저자는 이 국가 단순화 하이 모더니즘이 권위적인 국가 권력과 결합할 때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한다. 또 강압적인 국가 앞에서 무능한 시민 사회 역시 무모한 계획을 쉽게 수용하게 만든 요인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공공계획을 아예 하지 말라고 어깃장을 놓는 것은 아니다. 신중하고 슬기롭게 수용하라는 조언이다. '국가처럼 보기'는 국가 주도의 근대적 개발 계획 뿐아니라 시장 주도적 표준화 등 오늘날 현실 곳곳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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