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테마가 있는 건축기행] 1. 아파트 효시 `종암아파트`

국내 아파트의 효시는 58년에 준공된 성북구종암동 종암아파트. 이 아파트는 준공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시발(始發) 자동차가 서울 시내를 누비던 때 등장한 이 아파트는 뒷간을 집안으로 들여놓은 수세식 화장실, 장작불을 대신한 연탄 보일러, 넓은 거실 과 벽난로 등으로 서울의 관광명소로 인기를 모을 정도였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종암동34번지 숭례초등학교 인근. 현재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선경종암`아파트로 불리는 곳이 바로 종암아파트가 둥지를 틀었던 곳. 현재는 건물 철거와 함께 종암아파트의 흔적 역시 기록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전통ㆍ서양 결합된 설계 = 종암아파트의 부지면적은 2,200평으로 지상 4~5층 4개 동 17.3평형 152가구로 건립됐다. 방 2개로 거실과 부엌이 분리돼 있으며 수세식 화장실, 연탄보일러 등을 갖춰 전체적으로는 서구식 구조를 택했었다. 그러나 방은 우리나라 고유의 난방법인 온돌시스템을 채택했다. 설계ㆍ시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아파트에 대한 기술이 전무했기 때문. 그래서 종암 아파트를 시행ㆍ시공한 중앙산업(현 중앙건설)은 해외에서 주택 건설 기술자들을 초빙하기도 했다. 아파트가 완공되자 많은 구경꾼들이 몰렸고, 준공식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참석해 직접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특히 연탄보일러는 주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등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전통 고수, 분양률을 저조 = 종암 아파트가 들어선 곳은 나대지로 바로 옆에 중앙산업의 전봇대 공장이 위치해 있던 지역. 아파트 옆에 공장이 위치, 분양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분양은 순조롭지 않았다. `흙 냄새를 맡고 살아야 한다``고공병이 생긴다`며 공장근로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입주를 꺼려한 것. 분양가격에 대한 기록은 아예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가격보다는 생소한 주거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임대로 전환하게 됐고, 하숙집 주인들이 세를 얻어 지방 출신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하숙집으로 활용됐다. 고급주거단지라는 본래 취지와 다소 다르게 서민형 아파트로 출발이 이뤄진 셈. 건물철거와 개발로 인해 옛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종암아파트 등장은 국내 아파트 건축사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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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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