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街의 굴욕… S&P, BoA등 7곳 무더기 신용 강등…

중국계 은행에 첫역전

지난 2007년 7월 중국 공상은행은 미국 씨티그룹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위에 등극해 글로벌 금융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공상은행은 2006년 홍콩증시에서 첫선을 보인 후 단숨에 세계 최대 은행으로 뛰어올라 줄곧 글로벌톱을 유지하고 있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2011년 11월. 공상은행 등 중국계 은행들은 신용등급에서도 처음으로 미국 은행을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2위로 도약한 경제를 발판으로 중국계 은행들의 약진과 금융위기 이후 미국계 은행들의 쇠퇴에 따른 판도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발 나아가 글로벌 금융권력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9일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한 반면 중국 은행들의 등급은 오히려 올리거나 최소 현재 등급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주요 8개 은행 가운데서는 스테이트스트리트를 제외한 7개 은행의 등급이 강등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ㆍ씨티그룹ㆍ모건스탠리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낮아졌다.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이 닥쳤을 때 정부가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집행할 것이라는 확신이 약해진 점이 강등의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월가 은행들의 추락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BoA는 최근 신용등급이 1단계 낮아지면 추가 담보비용 등으로 51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oA의 주가는 올 들어 62%나 빠진 채 5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S&P의 이번 평가에서 등급이 올라간 곳은 중국 은행인 뱅크오브차이나와 건설은행 단 두 곳뿐이다. 이들 은행의 등급은 ' A-'에서 'A'로 상향 조정됐다. 또 다른 중국 은행인 공상은행은 'A'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은행의 등급이 미국 은행들보다 오히려 높거나 대등한 수준이 된 것. 은행 경영지표뿐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은행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 후한 신용등급의 배경이다. 공상은행의 경우 예금잔액은 12조1,400억위안(2,125조원), 올 들어 9월까지 세후 순이익은 1,640억위안(29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1,062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중국 은행들의 성장세는 여전히 꺾일 줄 모른다. 오히려 최근에는 브라질ㆍ아르헨티나 등 남미 은행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풍부한 유동성과 3조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보유외환을 배경으로 중국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위안화 국제화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의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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