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미술 감정기관 권위확보 급하다

렘브란트ㆍ루벤스ㆍ이중섭ㆍ박수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인 동시에 위작이 많기로 유명한 화가들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어깨를 견줄 정도의 명성을 얻었던 렘브란트는 17세기 유럽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그가 남긴 유화가 1,000여점이라고 알려졌으나 1930년대에는 600여개로 진품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급기야 네델란드 정부는 렘브란트의 위작조사를 위해 지난 1968년 ‘렘브란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렘브란트가 직접 그린 작품은 이제 250여점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렘브란트의 제자였던 루벤스의 경우도 밀려드는 주문을 혼자서 처리하지 못해 스승에게 배운 대로 일부는 제자에게 맡기고 사인만 했다. 일부 작품은 아직도 위작 논란에 휘말려 있다. 지난 몇 년간 근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커진 국내 미술시장도 위작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5년 불거진 이중섭 작품의 위작논란은 서울지검이 압수했던 2,834점 모두가 위작이라고 판정나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번에는 박수근이다. 2007년 5월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미술품 경매사상 가장 비싼 그림으로 기록된 ‘빨래터’를 두고 모 미술 전문지가 지난해 12월 ‘빨래터’가 ‘가짜’라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미술계가 다시 술렁댔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에서 국내 전문가 20명이 모여 감정한 끝에 ‘진짜’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가짜 의혹을 제기한 잡지 측은 연구소의 전문성과 권위를 다시 문제 삼고 나섰다. 화랑 대표가 중심이 된 감정연구소의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일의 미술품 감정기관인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화랑 대표들이 중심이다. 상대방 측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격’이라고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둔 셈이다. 화랑 대표만큼 진품을 많이 본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마는 감정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권위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미술시장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거나 ‘예산부족으로 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논리로 국내 미술품 감정시스템의 허술함을 가릴 수는 없다. 지금의 감정체계로 미술시장이 커진다면 제2의 이중섭과 박수근은 줄을 이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미술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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