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동현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산업현장마다 「춘투」로 몸살을 앓아야 했으나 금년엔 비교적 조용하다. 불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무교섭」 「무인상」 「무분규」 등 「3무 현상」이 노사관계에 새로운 퐁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말 현재 「임·단협 교섭 현황」에 따르면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 한 곳은 3백23개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26개사에 비해 2.6배나 높다. 임금인상을 회사에 위임하는 등 무교섭을 선언한 업체도 1백7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개사 대비 6.2배나 된다. 노사분규는 19건이 발생, 지난해의 16건보다 3건이 많으나 대형 분규가 없었다. 이로인한 근로손실 일수가 크게 감소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올 노사관계의 또 하나 특징은 협약임금 인상률이다. 임금교섭지도대상인 1백인 이상 사업장 5천7백54개사 가운데 27.4%인 1천5백75개사가 타결을 끝냈다. 평균 인상률은 3.8%로 지난해의 6.9%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당초 올 노사관계는 순탄할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았다. 노동관계법 개정에 따른 후유증과 민주노총 발족에 따른 상급노조간의 주도권 다툼 등이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는 달리 노동현장은 「3무 현상」이 지배, 그 어느때 보다도 조용하다.
한층 고무적인 것은 임금동결이나 무교섭을 선언한 업체들 가운데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쌍용 동아건설 대한항공 제일은행 한라시멘트 한일합섬 현대전자 진로 기아중공업 등은 모두 내로라하는 기업들 아닌가.
노사관계에 있어 이같은 새로운 바람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 불황극복을 위해서는 노사가 따로 없으며 우선 기업이 살아야 한다는 점을 근로자들이 인식, 임금인상 자제에 앞장섰다는 것은 평가할만하다.
춘투는 우리보다 일본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일본의 춘투를 해마다 주도해온 「총평」이라는 노조는 그 과격함으로 가입률이 낮아지자 지난 89년 40년 역사를 스스로 마감, 해산했다. 총평은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 등 과격일변도로 치닫다 자멸한 것이다.
노조도 변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업이 어려울때는 노조가 합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