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단행된 현대ㆍ기아차그룹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개발(R&D)ㆍ품질ㆍ생산과 관련된 임원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R&D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미래 자동차 기술 선도”= 현대ㆍ기아차의 이번 인사에서 승진 임원의 비율이 R&Dㆍ품질ㆍ생산 부문이 45%에 달한다. 판매ㆍ마케팅 부문도 30%에 달한다. 핵심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문의 승진이 두드러진 것이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위기 탈출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를 통해 첨단 기술 선점과 안정화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했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대내외 위기 상황 속에서 판매 및 마케팅을 대폭 강화해 총력 판매 체제 구축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 관계자는 “내년은 수요 급감으로 메이커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연 경영 체제를 강화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본격 추진함으로써 미래형 첨단 기술선점과 안정화에 그룹의 핵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원로급 퇴진 및 세대교체= 이번 인사는 1세대가 퇴진하고 신세대 경영진이 대거 등용됨으로써 세대교체가 완성됐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이정대(경영기획), 서병기(생산품질), 설영흥(중국사업), 윤여철(노무), 최재국(국내외영업), 이현순(연구개발총괄), 최한영(상용차 등) 7명의 부회장단이 포진됐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정의선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나 자리 이동은 이번 인사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기아차는 역시 정몽구 회장을 정점으로 정성은 부회장(총괄), 정의선 사장(해외담당), 서영종 사장(국내판매ㆍ생산), 신정운 사장(품질) 등 5인 체제로 재편됐다.
◇신임 부회장들의 면면은= 현대차 이현순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뒤 뉴욕주립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4월 현대차로 입사해 현대차 승용제품개발1연구소장(상무)과 남양제품개발센터장(전무), 파워트레인연구소장(부사장), 하이브리드개발담당 부사장을 거쳤다. 2005년 6월부터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으로 재직해왔다. 자동차 엔진 분야 전문가로 치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한영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경기고와 한양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11월 현대건설에 입사, 현대차 수출마케팅실장(전무)과 홍보실장(상무·부사장), 현대·기아차 마케팅총괄본부장(사장)을 역임했다. 2005년 8월부터 현대차 상용사업담당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
정성은 부회장은 1948년생으로 대광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11월에 그룹에 들어와 현대차 차체기술실장(이사대우)과 해외생산기술실장(이사), 동풍열달기아 생산담당중역(상무), 기아차 생산기술센터장(전무)를 지냈다. 2006년 3월부터 기아차 생산개발총괄본부장(사장)으로 근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