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인터뷰

시급한 뮤지컬 인프라 구축


뮤지컬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20% 안팎의 매출 성장을 보이더니 지난해에는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산업도 함께 성장하느냐 묻는다면 그 대답은 쉽게 할 수 없다. 뮤지컬을 산업이라 말하자면 그 안에는 시장 뿐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과 인력 등이 골고루 갖춰져 공급과 수요의 탄력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뮤지컬 시장은 수요에 비해 질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기형적 성장의 과도기에 머무르고 있는지 모른다. 창작 뮤지컬에 이르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우리식 감성과 기호를 반영한 ‘물건’의 등장은 뮤지컬계의 오랜 숙원이건만 아직 마땅한 대안이나 해법이 없다. 뮤지컬 시장의 이면을 면밀히 들여다봐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뮤지컬 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라이선스 뮤지컬은 약 62%가 500석 이상에, 투어 뮤지컬은 세 편에 두 작품 꼴로 1000석 이상의 공연장에서 막을 올렸다. 반면, 창작 뮤지컬은 78%가 500석 미만에서 상연됐으며, 특히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38편이 200석 미만에 올려졌다. 대형 극장에는 수입 뮤지컬이, 소형 무대에는 창작 뮤지컬이 집중되는 ‘편식’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 작품의 뼈대야 예술가에 의해 창조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바탕이 되는 ‘토양’을 갖춰야 한다. 뿌리 내릴 자리 없이 열매만 맺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이다. 좋은 작품의 출현에 앞서 그러한 존재가 등장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의 구축, 환경의 조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시급한 과제 중에는 전문 공연장의 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 뮤지컬 전용극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먼저 장기공연의 필요성이다. 우리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처럼 ‘오픈 런’이 가능한 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하다. 작품의 완성도는 안정적인 공연기간을 통한 반복적 훈련에서 고양될 수 있다. 또 전용극장에서의 장기공연은 제작비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해 매출액을 분산시켜주는 효과를 가져다주며, 이는 다시 입장료를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로는 적합한 시설로서의 의미다. 뮤지컬에 적합한 극장 구조란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야 하며, 노래나 대사의 효과적인 전달이 가능한 음향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서구의 극장은 오케스트라 자리가 무대 아래쪽에 위치해 스테이지와 객석의 물리적인 공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요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우리의 기존 대형 무대들은 1층 앞쪽에 앉아도 무대가 멀리 보이는 열악한 구조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수입 뮤지컬들 보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우리 창작 뮤지컬들에게 이 같은 구조적 결함은 치명적인 약점이자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뼈대가 튼튼하지 못한 양적 팽창은 자칫 사상누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려한 창작 뮤지컬의 등장을 기대하기에 앞서 그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과는 결국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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