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구제금융안 부결 쇼크] "다음은 누구… " 불안감 확산

신뢰 상실로 살생부에 거명된 기업들 곤혹<br>美내셔널시티 주가 무려 63% 곤두박질<br>유럽서도 포르티스등 금융주 줄줄이 폭락



다우존스 지수가 9.11테러 때보다 더 폭락한 지난 29일, 극도의 혼란에 빠진 월가의 투자자들은 '다음 차례'가 누가 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살생부에 거명된 기업들은 주가가 곤두박질 하는 등 엄청난 곤혹을 치렀다. 29일 뉴욕 증시에서 오하이오주 소재 지방은행인 내셔널씨티의 주가가 61% 폭락, 1.44달러에 장을 마쳤다. 내셔널시티는 워싱턴뮤추얼이나 와코비아에 비해 부실 모기지에 대한 노출이 적다면서 황급히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내셔널시티와 함께 오하이오 소재 키콥, 피프스서드와 퍼스트호라이즌내셔널 등 다른 지방은행과 더뱅크오브뉴욕멜론, 스테이트스트릿 등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면서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이들 모두 펀더멘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워싱턴뮤추얼의 도산을 경험한 시장은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월가를 호령하던 대형 투자은행(IB)이 망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도 모자라 워싱턴뮤추얼 도산, 와코비아 은행의 매각 등 금융 위기가 상업은행에까지 전이된 것이 확인되면서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별 문제가 없는 금융회사라도 불신이 팽배한 지금 루머에 휘말리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빠지고 만다. 주가 하락에 이어 자금 이탈, 신용도 추락이 이어지면서 끝내 몰락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RDM파이낸셜그룹의 시장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경제의 취약점이 있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의 마비 현상 또는 금융회사의 신뢰 상실"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던 유럽에서도 금융위기가 번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영국 브래드포드앤빙글리(B&B)의 국유화에 이어 독일 2위 부동산 업체인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와 벨기에 최대 금융회사인 포르티스에 대한 구제 금융이 투입으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불안심리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구제금융이 단행된 포르티스와 하이포리언포스트는 주가가 각각 24%, 74% 폭락했다. 무디스는 이날 포르티스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벨기에-프랑스의 합작은행인 덱시아는 29% 하락했고, 로열뱅크오브스토틀랜드(RBS)도 13% 추락했다. 경기후퇴 진입을 선언한 아일랜드에서도 앨글로아이리시뱅크 등 금융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투자자들은 유럽 은행들도 미국 리먼브러더스처럼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약자의 알짜 부문을 헐값 사냥하려는 강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는 핵심 자산운용 계열사인 누거버버만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탈과 헬먼앤프리드럼에게 21억 달러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ING그룹은 포르티스가 구제금융을 받을 기회를 노려 아시아지역 보험부문을 50억 홍콩달러(약 6억 달러)에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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