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짓밟힌 개미군단/최근 1년 「개인」 손실 16조(위기에선 증시)

◎반대매매될 담보부족 계좌 1만개나/무턱대고 공급 늘린 정부에도 큰 책임/방치땐 직접금융시장 기반붕괴 뻔해한보그룹 및 삼미그룹의 연쇄 부도에따른 자금시장 왜곡, 김현철 파문, 정국불안 등으로 주식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지수도 지난 93년말 6백포인트 수준으로 후퇴했고 거래량도 크게 줄어 주식시장 존립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잇따른 증시 내외적인 악재로 주가가 급락,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투자손실을 입은 채 속속 주식시장을 이탈하고 있고 증시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던 기관투자가들도 막대한 평가손실로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 주식시장의 현 상황을 시리즈로 짚어본다.<편집자주> 「개미군단이 무너지고 있다.」 S그룹 계열사 한모과장(38·남)은 지난 94년부터 여유돈과 친지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최근 2년간의 증시 침체로 투자 원금은 고사하고 샐러리맨 봉급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억대의 빚만 떠안았다. 결국 부모님이 장만해준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해 빚의 일부를 청산하고 최근 일산신도시로 이사를 간 한과장은 『자식에게는 절대 주식투자를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주부투자자인 최모씨(44·여) 역시 결혼 후 한푼 두푼 모아 마련한 5천만원으로 지난 95년4월부터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최근 잔액을 조회한 결과 투자 원금의 10%를 갓넘은 5백70만원만 남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 산곡동에 50평형 아파트와 인천시내에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김모씨(65·남)의 경우도 정년퇴직금으로 용돈이나 벌어볼 생각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빚더미에 고통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94년말이후 끝없이 하락하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원본을 되찾을 욕심으로 조금씩 조금씩 투자규모를 늘리다가 결국 보유 건물은 물론 아파트 등 전 재산을 모두 날리고 주식시장을 떠났다.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로 사실상 「개인 파산」상태로 내몰린 일반투자자들은 이들 외에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실제로 증권감독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증권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은 고객이 주가하락으로 최소담보유지비율(원금 및 융자금액의 1백30%) 밑으로 떨어져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하게되는 담보부족계좌는 21일 현재 1만5백74개에 달하고 있으며 담보부족액도 4백억원을 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정보력과 자금력이 뒤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2년동안의 주가폭락으로 입은 주식투자 평가손실 규모는 대략 투자원금의 35∼5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5년초 1천13.57포인트를 기록했던 종합주가지수는 2년 3개월 후인 22일 현재 6백23.13포인트까지 폭락, 주가하락률이 38.5%에 달하고 있다. 96년초 1백41조4천1백39억9천5백만원이던 상장주식의 시가총액도 지난 22일 현재 1백12조6천2백83억5천6백만원으로 불과 1년만에 30조원이 줄어들었다. 지난 96년 한햇동안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된 기업이 30개사 8억8천만주(상장주식의 평균주가로 계산할 경우 11조4천억원)에 달해 이를 감안할 경우 실제로 지난 1년간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무려 40조원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비중이 전체 상장주식의 40%선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1년동안만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입은 재산상의 손실은 줄잡아 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파산상태로 내몰린 것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다 한보 및 삼미그룹의 잇단 부도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거시 경제 요인이 악화된 때문도 있지만 주식시장의 수요공급원칙을 무시한 채 공급물량만 늘려온 정부의 무책임한 증시정책과 김현철 파문에 따른 정국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주가하락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풀뿌리에 해당하는 「개미군단」이 파산상태로 내몰리는 것은 우리나라 직접금융시장의 기반이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개인파산이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고 결국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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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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