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일단 시간 벌었다” 자구 주력/현대·대우“3자인수 대세에는 변화없다”/삼성정치권과 유대관계 확대 힘써기아사태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소하리공장 방문이후 상황이 묘하게 얽혀가고 있다.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일단 집권당 대선후보의 방문은 기아사태에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사태해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관련기업들의 반응과 평가를 통해 기아의 향방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기아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분위기다.
이대표의 방문 뒤 『28개 계열사를 5개로 줄이는 등 피나는 자구노력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은 이런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 합작선인 포드와의 협력관계 강화, 증자 등으로 인수방어벽을 높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아가 넘어야할 산은 높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다급하게 조성된 현대대우의 기아특수강 공동경영 문제도 새롭게 접근해야 되며 아시아자동차 매각문제도 매듭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오너기업의 특성상 김회장 후계에 대한 갈등소지도 있다. 경영진에 대한 기아노조의 입장이 변할 수도 있다. 부동산 및 자산매각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특히 기아차가 잘 팔린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대와 대우자동차 등 기존업체들은 일단 「정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제3자 인수라는 기아처리의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표가 밝힌 「3자인수 반대」도 대선을 염두에둔 정치적 제스처라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로 현실적으로 연내 3자인수는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인식이다.
자산평가, 노조문제 해결 등 실무절차 등 인수절차를 밟는데만 최소한 1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 이대표가 기아의 요청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기아그룹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 약속을 하지 않은 이상 적극적으로 기아사태 해결에 나섰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삼성은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 처럼 현정권내 인수나 직접인수 등 단기승부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가 안고 있는 시나리오설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감내하기 어렵고, 강성인 기아노조도 부담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대표의 방문에 대해 삼성이 의외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 정치권과의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여론조성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