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원­한은­금개위 3자동수 실무반 구성”

◎금융개혁안 진통… 각계 표정/한은 일부 “공정성 확보되면 법제정 참여”/과장급이하 직원 90% 이총재 퇴진 서명/교수 37명 ‘관치금융 청산’ 공동성명 발표○…한국은행이 금융개혁안 관련법 제정작업에 참여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재정경제원, 한은, 금융개혁위원회가 같은 비율로 실무작업반을 구성하자』는 주장을 내놓아 주목. 한은의 한 간부는 20일 『정부가 법안의 골격을 미리 정해 놓고 한은더러 법조문작업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들러리나 서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법제정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한은과 재정경제원, 금융개혁위원회 등 3자가 동수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 비상대책회의 한 관계자는 『법률제정작업 참여 여부는 결국 정부 최종안의 국회통과가능성에 달려있다』면서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현재의 입장을 설명. 그는 『내부반발이 워낙 거세 참여여부가 불투명하지만 불참으로 결론난 것은 아니다』고 부연. ○…정부의 금융개혁안 발표이후 직원들과의 접촉을 피해오던 이경식총재가 21일 상오 본점 부서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 한 부장은 『지난 16일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 결재를 받기위해 총재실에 들어갈 때마다 무척 부담스러웠고 분위기도 냉랭했다』며 『간담회에서 총재가 그동안 밝혀온 소신을 꺾어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 그러나 대부분의 한은 직원들은 『이제와서 총재가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 ○…한은 노조는 과장급이하 한은직원의 90%이상이 이경식총재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에 동참한 것으로 잠정집계. 노조는 특히 일부 부장과 부부장들도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 한은노조는 지난 17일부터 한은의 은행감독기능을 박탈한 정부안을 비밀회담에서 합의해준 이총재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중. 노조측은 서명대상 직원 3천2백여명의 90%이상이 서명을 마쳤으며 마지막날인 21일까지는 99% 이상 동참할 것으로 전망. 최종집계결과는 다음주초 발표하고 이를 이총재에 전달할 계획. 한편 3개 금융감독기관 노동조합과 전국사무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연맹은 20일 정오 여의도에서 「금융산업 개악저지를 위한 규탄대회」를 개최. ○…정부의 금융개혁안에 대해 한은이 격렬히 저항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반응은 아직도 냉담. 지난 18일엔 대형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지방은행의 노조로 구성된 금융노동조합연맹이 『금융감독기구 일원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은행권을 우군으로 생각했던 한은측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이는 한은노조가 중심이 된 민주금융노련이 정부안발표 직후 「결사저지」를 선언하고 민주노련과의 연대에 나선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 은행권이 그동안 한은에 대해 품었던 묵은 감정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제도나 금융감독기구 통합이 그처럼 논란을 일으킨다면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금융개혁안이라도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 등 대학교수 37명은 20일 「관치금융 청산과 중앙은행 독립을 위한 금융전문가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의 금융개혁안 철회를 촉구. 이들은 『정부안은 관치금융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재경원의 금융정책실을 그대로 두는 등 금개위안으로부터도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개혁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조차 어렵다』고 지적. 이들은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보장 등 한은의 정치적 중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수립·집행 및 감독 전반에 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주장. 또 외환업무도 통화량 관리에 관한 것은 중앙은행이 갖는 것이 필요하며 재경원장관의 재의요구권은 폐지하고 한은 예산권은 현행대로 금융통화위원회가 보유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국 각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공동성명서에 대한 서명을 다음주까지 계속 받을 계획.<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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