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11 신년 기획] "PIGS 넘어 伊·佛 등 유럽 중심부까지 덮치나" 우려

[올해의 핫이슈] <3> 유럽 재정위기<br>그리스·아일랜드 등 디폴트 땐 각국 전염·위기 도미노 불보듯<br>유로화 붕괴 최악 시나리오도<br>"펀더멘털 괜찮아 위기는 과장" 낙관론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지난해 그리스와 아일랜드를 무너뜨린 유럽 재정위기의 회오리가 올해 상반기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거쳐 이탈리아와 벨기에ㆍ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까지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중심국가에도 위기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한데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이 결국 채무상환에 실패,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채무 재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위험요인들이 유로존 내의 복잡한 금융망을 통해 중심부로도 빠르게 퍼져 결국 유럽 전역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시간이 갈수록 파장이 커지는 '잔물결효과(ripple effect)'다.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일부 국가들이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등 유로화가 붕괴되는 극단적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유럽 재정위기가 너무 과장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로서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 여부와 파장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와 아일랜드 구제금융으로 종식된 것이 아닌 만큼 새해 글로벌 경제에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는 것임이 분명하다. 낙관론자들은 유럽 중심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이 아직 녹슬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하나된 모습으로 해법 찾기에 나선다면 잠재 리스크들이 새로운 위기의 발단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 해법을 두고 각을 세우는 유럽 각국이 과연 뭉칠 수 있느냐가 향후 유럽 재정위기의 판세에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유럽 중심국, 펀더멘털 괜찮지만=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넘어 현재 새로운 위험국가로 지목되는 대상은 이탈리아와 벨기에다. 두 나라는 정부 부채 비율이 매우 높고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은 유럽 주변부 국가들보다 훨씬 견고하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파 정권인 이탈리아는 재정건전성에 주안점을 두는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의 주도하에 고강도 긴축정책을 펴왔다. 벨기에의 경우 지금까지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거둬왔으며 경제성장률도 유로존 평균을 웃돈다. BNP파리바의 스티븐 바네스트 고문은 "시장은 유럽의 모든 나라들을 주시하다가 일부 약점을 발견하면 곧바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극심한 불안심리를 지적한 것이다. 반면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 수용에도 불구하고 결국 채무상환에 실패한다면 유럽 재정위기는 판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그리스 정부가 오는 2013년 이후의 국채에 대한 채무 재조정안을 유럽연합(EU)과 협의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남유럽 4개국(그리스ㆍ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은 현재 복잡한 상호 순환대출 고리로 연결됐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의 디폴트는 유럽 전역으로 위기를 확산시키는 메가톤급 위험으로 지목된다. 아일랜드가 국가부도에 빠지면 영국과 스웨덴 등도 안전하지 않다. 이 경우 위기의 외연은 유로존을 넘어설 수도 있다. ◇ 얽히고 설킨 금융고리, 위기전염의 통로=아직 불거지지 않은 잠재적 리스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유로존 내부의 강력한 금융고리 때문이다. 국가ㆍ은행 간에 얽히고 설킨 금융망은 도미노 쓰러지듯 위기를 빠르게 전염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EU권 은행들의 남유럽 4개국에 대한 정부ㆍ민간 채권 노출(익스포저)액은 총 1조8,000억유로에 육박한다. 이는 EU 은행권 시가총액 합산액인 9,030억유로의 거의 2배다. EU권 은행들은 특히 스페인에 5,000억유로, 이탈리아에 6,200억유로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스페인이 무너지면 유럽 금융권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유럽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금융권의 스페인ㆍ이탈리아 채권 보유량이 EU에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그리스 몰락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 중심국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막대한 익스포저 때문에 최고 신용등급(AAA)이 강등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유럽 은행들은 EU 프로젝트를 당시 자본시장 자유화 흐름에 맞춰 금융시장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열렬히 지지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러나 위기의 외연 또한 확장될 수도 있다는 점은 간과한 듯하다. ◇공동운명체 인식 필요=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그리스 국민은 독일 국기를 불태우고 스페인 사람들도 독일을 욕한다. 반면 재정이 건전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스웨덴ㆍ핀란드)는 독일과 연대감까지 보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각국은 위기의 해법이 자국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반면 그리스 재정위기에 무심했던 영국은 아일랜드 구제금융에 서둘러 나섰고 미국도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유럽을 지원하고 있다. 자국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이에 유럽 위기의 판도는 중심국들이 현재의 소극적 대응자세를 과연 바꿀 것인가에 달려 있다. 독일의 석학으로 불리는 페터 보핑거 교수는 "유로존이 해체되면 독일은 환율시장 안정을 위해 중국처럼 엄청난 양의 외환을 보유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유럽 위기해결에 투입한 돈의 몇 배가 필요할 것"이라고 유로존 지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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