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5월 14일] 캐머런이 이룬 영국의 변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영국 총선을 통해 정말로 대단한 변화를 이뤄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수당 당수가 정책이념이 다른 닉 클레그의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수립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저 야심으로만 비춰졌다. 하지만 캐머런은 이번 연정으로 협업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당의 합의 내용을 보면 보수당은 자민당과의 연정을 위해 선호투표제 도입을 국민투표로 부치기로 약속하고 장관 자리 5석을 포함해 내각의 20개 자리를 양보하기로 했다. 정책 측면에서도 당연히 적절히 주고받는 지혜를 발휘했다. 보수당은 상속세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철회하고 연소득 1만파운드 이하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면제하자는 자민당의 공약을 채택했다. 부동산에 세금을 중과세하자는 자민당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주식 등 '비사업용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크게 올리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보너스를 줄이기 위해 은행세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치적 위험은 두 지도자 모두 높다고 할 수 있다. 클레그가 영국의 선거 개혁을 위해 도박에 나선다면 캐머런의 정치경력은 흠집을 입게 될 것이다. 두 지도자는 최근 며칠 만에 국가 이익을 위해 많은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캐머런과 클레그가 이끄는 당의 이념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연정은 권력을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종적 결정은 현실을 반영했어야 한다. 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영국의 재정적자 해결이다. 보수ㆍ자민당의 합의문은 재정적자 감축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전략을 담지 못했다. 물론 두 당수가 앞으로 더 많은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만 긴축재정을 위해 두 정당이 더 많은 결의를 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 자민당은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요구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세금 확대보다 오히려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이 재정 감축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팽팽한 색깔 논쟁 속에서 새 정부는 앞으로 5년 임기 동안 하원과 힘든 싸움을 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두 당수는 풀뿌리 정치에 나서려는 의원들을 다독거려 정권을 안정적인 궤도 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보수당에서는 연정을 위해 캐머런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잠재적 불화의 씨앗이 남아있는 가운데 성숙한 거래를 도모하고 불씨를 잠재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정치는 전통적으로 다수결주의를 택하며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펼친다. 연정의 성공 여부는 영국 정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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