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부총재 스탠리 피셔, 7년만에 은퇴
국제통화기금(IMF)의 '2인자' 스탠리 피셔 부총재(57)가 이 달 말 은퇴한다.
지난 94년 부총재 취임 이후 7년 동안 국제 금융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긴급 구제금융을 통한 소방수 역할을 무난히 해내 경제위기 해결사란 평을 받았다.
실제 그는 페소화 가치 폭락으로 지난 95년 금융위기를 겪었던 멕시코, 98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몰렸던 브라질, 최근 8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으로 한숨을 돌린 아르헨티나 등에는 위기극복의 견인차가 됐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그의 은퇴 직전까지도 심혈을 기울인 구제 대상국가. 아르헨티나는 지난 98년 150억 달러에 이어 지난해 398억 달러의 차관을 얻어 쓰고 있으나 금융위기가 가속되면서 디폴트 선언설까지 나돌자 최근 다시 IMF로 달려갔다.
이 때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와 미국 정부는 추가지원에 소극적인 편이었으나 피셔 부총재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으로 결국 지난 주 80억 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피셔 부총재의 은퇴기념 만찬에 도밍고 카발로 아르헨티나 경제장관 등 중남미 각국의 경제 각료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은 그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피셔 부총재는 지난 97~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그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해 '가혹하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그는 위기 극복 이후에도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경제개혁과 관련한 논의를 하는 등 한국 통(通)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의 이번 은퇴에 대해서는 쾰러 총재 및 미국 정부와의 불화설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특히 신임 부총재로 내정된 여류 경제학자 앤 크뢰거(67) 스탠퍼스대 경제학교수는 이머징 마켓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부시 행정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