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 급증이 고환율 덕 이라고?

한은 "자원부국 수입 폭증탓…환율영향 미미"<br>재정부, 물가불안 책임 비난이어 또다시 곤혹


경상수지가 5개월째 적자행진을 지속한 가운데 수출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은 정부 내에서도 놀랍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수출급증은 환율상승 덕분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지난 4월 상품수지는 전월 4억7,000만달러에서 16억5,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수출증가율이 20.5%에서 무려 29.0%로 뛴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억2,000만달러)에 비해서도 늘었다. 이에 대해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수출급증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봤더니 4월 수출증가 요인의 84%는 해외수요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브라질ㆍ중동ㆍ카자흐스탄ㆍ동남아 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자원부국의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게 주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역별 수출증가율을 보면 중동이 전월 대비 26.8%에서 51.0%로 급증했고 중남미 26.8%→41.2%, 유럽연합(EU) 13.3%→23.1% 등 대부분 지역에서 증가세가 확대됐다. 미국 등 기존 수출국에서 벗어나 수출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효과는 미미했다는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ㆍ조선 등 국내 주력업종의 해외수요가 많아 환율이 올랐다고 굳이 가격을 깎아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일부 업종에서 가격하락 덕을 볼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수출증가에 환율이 기여한 바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약세가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며 고환율 정책을 폈던 기획재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936원10전에서 4월 말 1,002원60전으로 상승, 원화가치는 7.1%나 절하됐다. 이 같은 환율효과의 반감은 서비스수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환율이 상승했지만 오히려 출국자 수는 늘고 입국자 수는 줄면서 여행수지 적자규모가 3월(5억6,000만달러)보다 3억달러 확대된 8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것. 또 화물운임 지급이 늘어 운수수지 흑자폭은 축소되는 등 서비스수지 적자는 3월에 비해 6억8,000만달러나 증가했다. 환율이 오르면 경비부담으로 해외여행이 감소하는 등 서비스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재정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반면 환율상승으로 전년동기 대비 원유수입은 170억달러에서 올해 270억달러로 100억달러나 늘었다. 결국 수출보다는 수입 측면에서 환율 탄력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하튼 고환율 정책을 주장한 재정부는 물가가중 비난에 이어 ‘효과 미미’라는 또 하나의 암초에 부닥쳐 곤혹스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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