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네이트 해킹, IT 강국다운 대응 필요


3,500만명, 사실상 국내 모든 네티즌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사실 예전부터도 포털이나 쇼핑몰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다. 주민등록번호와 집전화ㆍ휴대전화 번호, 메일 주소와 집 주소를 빠짐없이 적어넣은 후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줘야만 가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인정보를 내주지 않으면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사이트가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찜찜함은 결국 3,500만명에 달하는 네이트ㆍ싸이월드 가입자 정보 유출이라는 대형사고로 연결됐다. 네티즌들은 "졸지에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돼버렸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터지고 본인의 정보 유출을 확인하기 위해 네이트에 로그인한 대부분 이용자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도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짤막한 메시지로 가입자들에게 사과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보다 자세한 정보와 진심 어린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화가 난 일부 네티즌들은 네이트 탈퇴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는 어쩔 수 없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행태에 이제라도 거부 의사를 밝히겠다는 취지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네이트와 연동되는 싸이월드에 올려진 사진 등을 한 번에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해 손쉽게 네이트를 탈퇴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도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입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가입하려면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네티즌들은 '최고 수준의 보안'이라는 인터넷 기업들을 믿었지만 이번 사태로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백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이스트소프트의 서버를 통해 해킹이 이뤄졌다는 점은 특히 경악스럽다.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년 전부터 흔들림 없이 무시해온 인터넷 기업들은 앞으로 다시 가입자들과 신뢰를 쌓아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이용자들이 로그인할 때마다 비밀번호 변경을 요구하거나 모든 사이트 비밀번호를 전부 다르게 쓰라는 비현실적인 제안으로는 안 된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릴 만한 대응과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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