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총수 해외출장 잇달아

총수들이 하나 둘씩 국외로 나가고 있다.4·13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정치권의 은밀한 지원요청 등 정치 바람을 피하는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 머물면서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하기 위해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4·13 총선이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둘러 해외출장을 떠나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늘고 있다. 또 해외에서 와병 치료 등 여러가지 이유로 장기간 머물고 있는 총수들도 굳이 총선전에 귀국할 필요가 없다며 귀국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등 「동절기」가 끝났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인터넷, 정보통신 등 새로운 사업 구상을 위한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 하지만 내심은 4·13 총선을 앞두고 총선 출마자나 각 정당의 지원 요청이 쇄도할 지도 모른다고 판단,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화그룹 김승연(金昇淵) 회장은 이번주초 미국 출장길에 오를 계획이다. 지난 1월중순 미국 실리콘 밸리 등에 머물면서 신사업구상을 했던 金회장은 귀국 한달여만에 다시 미국행에 나서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金회장은 LA 등에 있는 공장과 법인을 방문하고 실리콘 밸리의 동향도 파악할 계획』이라며 『총선이 끝난후에 귀국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 이웅렬(李雄烈) 회장은 지난 9일 미국 실리콘 밸리로 떠났다. 연초에 임원회의 등에서 정보통신(IT)업계의 세계적인 강자 200명을 올해 만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 李회장은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경영인을 만날 예정이다. 또 동부그룹 김준기(金俊起)회장도 LA, 뉴욕 등에 있는 지사들을 순방하기 위해 지난 4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동부 관계자는 『출장 목적은 반도체 사업과는 무관하다』며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귀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폐암을 치료중인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3월말께 귀국하겠다는 당초 일정을 늦춰 총선이후에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대산업개발의 정세영(鄭世永) 명예회장도 비슷한 입장. 또 총수의 해외출장 일정이 없는 다른 대기업들도 총수의 동정이나 움직임이 대외에 알려지는 것을 보안에 붙이는 등 이목을 끌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돈쓰는 선거가 여전하고 흑색선전도 난무하면서 많은 정치인사들은 기업에 손을 벌리고 있다』며 『이들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기업들의 또다른 골치거리』라고 말했다. /문주용기자 JYMOON@SED.CO.KR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3/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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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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