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식탁 점령한 '국수'의 문화사

■ 누들(Noodle) /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지음, 시공사 펴냄


한 민족의 음식은 그들의 문화가 소복이 담긴 그릇과 같다. 그런 이유로 제각각 독특한 먹거리로 자국 요리가 뛰어나다고 자랑하기 마련. 그 중에서도 유독 누들(국수)에 관해서는 모두들 양보하기를 꺼릴 만큼 면 요리는 한 문화를 상징하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 민족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에게 국수를 말아서 대접했고, 가까운 일본은 연말과 연초를 이어준다는 의미로 메밀국수 '소바'를 12월31일 나눠 먹으며 장수를 기원했다. 서양에서도 누들 요리는 파스타 등 폭 넓게 사랑 받아왔다. 미국에선 감기에 걸리면 캠벨사에서 나온 '닭고기 수프'를 끓여서 먹곤 하는데 비록 인스턴트지만 깡통 안에 들어있는 부드러운 면발이 일품이라고 한다. 지난 2005년 한해 60억 인류가 소비한 인스턴트 면은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갓난아기와 에스키모 등을 포함해 한 사람당 1년에 12봉지를 먹었다고 한다. 2010년이 되면 한 명당 100봉지를 먹어치울 거라고 하니 국수가 세계 식탁을 점령했다는 말도 허언만은 아닐 듯 싶다. 이렇듯 입맛 당기게 하는 국수지만 저자는 단순히 음식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국수 요리에는 인류 문화사와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 국수는 오랜 시간 다양한 모습의 문화교류를 통해 각 지역으로 퍼져 그 지역에 맞게 변형됐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또한 누들이 계층의 벽을 넘어 교황ㆍ국왕ㆍ귀족 등 특권층에서 일반 대중에게 확산됐다는 역사적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파스타의 경우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다양한 재료와 비싼 향료가 첨가된 형태였기 때문에 가난한 일반인들에게는 자신들과 특권 계층들을 구분하는 경계 중 하나였던 것. 저자는 국수의 변형과 발전 등 역사적인 측면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의 이탈리아의 파스타, 베트남의 쌀국수, 일본의 라면 등을 살펴봄으로써 문화와 음식과 국수의 세계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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