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저축은행 다음은 보험?

"이름만 저축은행으로 바꿔봐요. 아주 놀라울 겁니다." 보험사의 계열사 부당 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금융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보험사 A는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골프회원권을 구좌당 4억원씩 더 얹어주고 샀다. 보험사 B사는 경쟁입찰 대상인 정보기술(IT) 서비스, 와인 등을 계열사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했다. 보험사 C사는 무상으로 계열사에 사무실을 빌려줬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보험사 D사에 대해 실시한 종합검사는 전형적인 봐주기였다"며 D사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이 3일 밝힌 내용과 예전에 보도됐던 것인데 보험사 대신 저축은행을 넣어도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둘의 공통점이 너무 많다. 양측 모두 고객 돈을 대주주나 계열사를 위해 쓰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직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바늘도둑과 소도둑의 차이라고나 할까. 금감원이 공개한 일부 보험사의 행태도 그 핵심은 저축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금감원도 이례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 조치'를 강조할 정도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보험사 문제를 갖고 확대 해석한다고 하는 이도 있고 비교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계열도 5개로 당시 104개 저축은행의 극히 일부분이었다. 저축은행이나 보험사에게 부당ㆍ불법 행위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돈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돈이라면 모를까 고객돈을 쌈짓돈처럼 써서는 곤란하다. 여기에는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제라도 보험업계가 그간의 관행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오죽했으면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도드라진 보험소비자연맹(현 금융소비자연맹)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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