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26일] '반면교사' 골드만삭스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남쪽으로 100m가량 내려가면 갈색 고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본사 건물이다. 거창한 간판이나 광고물 하나 없이 벽면에 '브로드 스트리트(Broad Street) 85'라는 주소만 쓰여 있다. 굳이 회사간판을 내걸지 않아도 세계 금융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하지만 지난 1869년 설립 이래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군림하던 골드만삭스도 최근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법원에 제소한 것. 골드만삭스가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편입된 저당채권의 가치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고객들에게는 오를 것으로 믿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금융회사로서 지켜야 할 '신의ㆍ성실' 원칙을 훼손했다는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면서 골드만삭스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자국 은행들이 큰 손실을 입고 도산위기에 몰린 독일ㆍ영국의 감독당국은 고소를 준비하고 있고 골드만삭스 주주들도 회사명성에 심각한 흠집을 냈다는 이유로 뉴욕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드만삭스가 이번 사태로 몰락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옛날의 화려했던 명성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다. 국내 은행들은 골드만삭스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고객보다는 수익 우선'이라는 비뚤어진 자본주의 논리를 추종하다가는 회사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은행들은 환율 파생상품인 키코(KIKOㆍ통화옵션파생상품) 사태로 수익이 급감하고 적자를 기록하는 등 홍역을 겪은 아픔이 있다. 이자수익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고객보다는 수익우선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골드만삭스 사태는 국내 은행들이 '고객보호'와 '수익창출'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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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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