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출총제 폐지, 더 이상 미룰 이유 없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출총제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라 이미 폐지가 예고돼 있었고, 우리 현실에도 맞지 않는 제도인 만큼 더 이상 폐지를 미룰 이유가 없다. 출총제는 지난 87년 대기업들이 순출자를 통해 무분별하게 기업을 확장하고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총수 일가가 독단적 경영을 일삼는 등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대거 넘어가자 98년 폐지됐다가 3년 후 부활했다. 이처럼 경제여건에 따라 자주 바뀐 게 출총제다. 제도를 도입했던 20년 전은 물론 다시 도입했던 5년 전에 비해서도 우리 경제는 많이 바뀌었다. 문어발식 기업확장도 옛말이고 대주주의 독단경영도 시장이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는 폐지해야 할 때가 됐다. 자산총액 6조원이 넘는 대기업에만 적용하고 외국자본에는 너무 관대한 것도 출총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이 같은 역차별 때문에 외환위기 후 국내 우량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출총제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로 폐지돼야 마땅한 제도다. 문제는 폐지시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총제를 대신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2008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개혁 로드맵을 통해 이미 폐지를 예고했던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일정대로 가는 게 옳을 것이다. 공정위는 출총제가 폐지되면 적은 지분을 가진 재벌 오너들의 영향력이 다시 고개를 들어 소액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주주들과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증권집단소송제를 비롯해 여신제도 개선, 사외이사 등 경영감시 장치는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민간 자율이 강조돼가고 있는 만큼 공정위는 규제는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최대화하는 대기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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