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일] 美대사관의 이해못할 문화외교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4월29일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가 직접 선정한 15명의 한국계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공개하기 위해 일부 매체의 미술 담당 기자들을 대사관저에 초청했다. 대사관 측은 “미국 국무부의 ‘아트 인 앰버시(Art in Ambassy) 프로그램’으로 조성된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있어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자들은 이날 대사관저에 어떤 작품이 걸렸는지를 취재할 수 없었다. 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 부인의 개인전을 취재한 매체 중에서 기자들을 골라 초청했다”면서 “초청에서 제외된 것은 당시 개인전과는 상관없는 외적인 내용(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속공예가인 대사부인 리사 버시바우씨는 당시 시국과 관련한 화제가 나오자 대사부인답게 “나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는 말로 세련되게 받아 냈었다. 당시에는 쇠고기에 대한 언급 자체가 편치 않았을 수 있으나 대사 부인은 현명하게 대처했고 기자들은 들은 대로 기사화했을 뿐이다. 기자가 이 같은 사실을 들이대자 대답이 군색해진 미대사관의 한국인 공보담당자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고 적극적으로 취재의지를 표시한 언론을 선정한 것”이라며 이의제기 자체를 차단했다. 스티븐스 대사가 부임 직후 처음으로 시도한 문화외교 정책인 ‘아트 인 앰버시’ 는 시작부터 언론들을 차별하는 선을 그은 셈이다. 더군다나 이번 관저 취재는 스티븐스 대사가 한국 문화에 애정을 갖고 직접 선정한 한국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예민한 정치사안이 걸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문화적 화합을 통해 양국 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었다. 미국 국무부 지원의 ‘아트 인 앰버시’는 보통 미국 작가 작품으로 관저를 꾸미는 데 반해 스티븐스 대사는 한국계 작가를 택했다. 작품 역시 한국적인 동시에 미국적인, 양쪽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나 정작 미국대사관 공보 담당 직원들은 행사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한국을 향해 더 높은 벽을 치고 말았다. 이것이 과연 대사의 진심이었는지, 나아가 세계를 포용하겠다는 오바마 외교의 속내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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