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 다시 해외로] 금융선진국서 새 수익원 찾는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미국과 영국. 그러나 국내 은행들에게 이 곳들은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선진국이지만 국부유출을 우려해 국내은행들에게 수익성이 있는 소매금융업무를 허락해주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 곳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이율이 높은 국내은행 지점보다 현지 은행들과 거래하려 하기 때문이다. 뉴욕지점 근무 경력이 있는 우리은행 홍보팀 조성권 부장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지 30년이 넘어 이제 현지에서도 높은 신용도를 얻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현지 은행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내 은행들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지의 영업에 소홀할 수는 없다. 수백만의 교민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자금조달과 국제적인 투ㆍ융자업무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김상수 런던현지법인 차장은 “뉴욕과 런던은 이제 단순한 자금공급자의 역할을 벗어나 국제 자금시장, 장기 자본시장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국내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 곳의 영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소매금융으로 승부건다=현재 미주지역의 한국 교민수는 약 210만명. 국내은행들이 소매금융을 통해서도 충분히 순익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히 최근 이민열풍이 불고 미국으로의 어학 연수생들이 늘어나면서 송금과 환전 등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들은 소매금융업무 허가를 받기 어려운 현지사정을 감안해 합작법인 설립 또는 현지 교포은행 인수를 통해 미국 소매금융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펜실베니아 소재 팬아시아뱅크를 인수했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지난 84년 미국 현지법인으로 뉴욕 맨하탄에 진출해 뉴욕과 뉴저지 등에서 소매금융을 하고 있고 이번 팬아시아뱅크를 인수해 한인교포 밀집 거주지역인 필라델피아와 워싱턴 근교까지 동부 4개주에 이르는 영업망을 갖게 됐다. 조흥은행도 아메리카조흥은행의 맨하탄, 플러싱, 올림픽 현지법인을 통해 교포영업에 주력하고 있고 이들 현지법인의 자(子)지점을 미국 동서부 교포밀집 지역에 추가로 신설해 영업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외환은행도 기존의 현지법인과 소매금융업무를 허락 받은 현지법인과 지점들을 통해 전통적인 강점 부문인 소매금융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환은행은 지난 2002년 한 해동안 약 3,00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미국에서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교포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고 경제력이 커지면서 소매금융에 대한 요구가 크게 늘어났다”며 “현지화 전략을 통해 교포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행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자금조달의 중심=런던은 뉴욕과 함께 여전히 세계금융의 중심지이다. 한국계은행 9곳을 포함해 총 574곳의 외국은행이 런던에서 영업중이다. 신디케이티드론 주선, 외국은행, 외국상장회사, 외국주식거래량, 파생상품 거래량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뉴욕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기관의 주된 업무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투ㆍ융자업무에 치우치던 국내금융기관 런던지점의 업무가 이제는 수출입금융, 파운드화 송금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어학연수생의 급증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송금업무 취급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또 유럽에 진출하는 국내기업들의 수출입 업무창구와 자금조달 창구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 김상수 런던현지법인 차장은 “HSBC나 로이드와 같은 국제적인 은행들의 본점이 모두 영국에 있다 보니 이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도 국내금융기관 현지 지점들의 가장 큰 업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여전히 보수적인 유럽 금융계로부터 외화자금을 차입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본점들이 나서는 것보다 현지 지점들의 `안면`을 이용한 외화차입이 금리를 더욱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풀어야 할 숙제들=미주 지역에서는 국내금융기관의 현지화 전략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올해로 한국인의 미국이주 100년을 맞으면서 교포들과 이민 2ㆍ3세들이 토착화돼 국내 은행에 대한 로열티가 점점 더 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교포 1세들의 한국계 은행 이용비율은 90%를 넘지만 1.5세대만 넘어도 30%아래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해서는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런던도 비슷한 위기에 몰려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신인도가 올라가면서 유럽계 은행들과 직접 거래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전자금융의 발달로 웬만한 자금차입과 외환딜링은 국내 본점에서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제 외국 지점들의 위상을 재정립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며 “철저한 수익분석을 통한 새로운 해외진출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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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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