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고령화쇼크] 칠레-연금민영화 선도

연금제도 첫 민영화 세계가 주목 >>관련기사 칠레식 연금 민영화는 과연 대안일 수 있는가? 연금개혁에 골머리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 칠레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81년 부과식 연금구조를 완전 적립식으로 바꾸면서 세계 최초로 민영화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칠레는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칠레의 사례는 연금개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간주되고 있다. 매달 약 7만 페소(약 100달러)의 연금을 내고 있는 회사원 카르테즈(52)씨. 최근 들어 고민이 하나 생겼다. 연금 불입액을 늘려볼까를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연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애쓰는 다른 나라 연금불입자들과는 정반대의 고민을 안고 있는 셈이다. 물론 카르테즈씨도 자신이 낸 돈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옛날 얘기다. 지금은 자신이 낸 연금지급액이 바로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다는 사실이 그로 하여금 연금 투자를 늘리게 만들고 있다. 카르테즈씨는 "연금지급액이 내 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에 돈 떼일 염려가 없다"며 "일할 수 있을 때 가급적 많은 연금을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칠레의 연금제도는 연금지급액을 각 개인들의 계좌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민영화와 함께 세계 최초로 도입됐다. 이후 칠레 방식은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등 남미는 물론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까지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존 공적연금방식을 대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칠레, 연금개혁 왜 했나 61년부터 73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연금가입자수는 56.17%증가한 반면 연금을 수령하는 인구는 209.02% 늘어났다. 지급자와 수령자간 불균형이 급속히 심화된 것. 60년 10.8대 1이었던 연금지급자대 수령자의 비율도 73년 3.5대 1로 떨어졌고, 80년에는 2.2대 1로 악화됐다. 경제학 교수이자 연금 컨설턴트인 팔라우씨는 "특히 73년 이후 경제상황 악화로 월급인상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실업률도 증가해 한달 월급에서 40% 이상을 연금료로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등 더 이상 부과식 모델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달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연금지급을 퇴직 직전 연수의 월급을 기준으로 하면서 불거진 연금혜택의 불평등 문제와 행정력 부재 등의 문제도 당시 연금개혁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 부과식에서 완전적립식으로 전환 칠레 정부는 급기야 변혁을 택한다. 새로운 연금제도의 골자는 연금저축계좌(PSA)와 연금기금관리회사(AFP) 도입. 개인들이 월급의 평균 10%를 내는 연금액은 자신들의 계좌에 곧바로 적립되며, 연금수령 시점에서 자기 계좌에 적립된 원금과 기금의 운용수익률에 따라 연금을 받도록 했다. 운용수익율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가입자들은 연금으로 받고자 하는 구체적인 액수를 미리 정해놓고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면 퇴직 시점에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해졌다. 연금을 지급받는 시기와 방법도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다. 개인들의 연금계좌를 관리하는 AFP는 민간 금융회사.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98년 13개였던 AFP는 현재 5개만 살아 남은 상태다. 쿠프룸(Cuprum) AFP에서 투자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캄벨은 "올해 9월부터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다 다양하게 짤 수 있도록 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고객들의 AFP 능력에 대한 검증도 보다 철저해지고 있다"며 "AFP들간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재정위기로부터 해방 칠레식 연금 민영화가 갖는 최대 장점은 부과식 방식이 인구고령화에 따라 직면하게 되는 재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축소 신고해 나타나는 불평등 문제도 개인계좌 방식에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AFP에 대한 감독 등 연금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연금감독원(SAFP)의 야지기 원장은 "세금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연금제도는 저축률 상승의 효과를 가져오고, 국내총생산의 50%가 넘는 연금기금의 활발한 투자 활동은 국내자본시장과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월급에서 차지하는 연금지급액이 부과방식보다 훨씬 낮다는 점 역시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의 유인이 된다"고 자랑했다. 전문가 집단인 AFP에 의해 연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된다는 측면 역시 중요하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연금이 오용되는 것 또한 제도적으로 완전 차단된다. ▶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칠레 연금제도를 포함한 연금 민영화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연금지급액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국가 재정에서 최소한의 연금혜택을 보장하지만 이것 역시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어서 저소득자들의 경우 노후에 적정 수준의 연금지급을 보장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AFP들간의 과당경쟁으로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이 낭비되고 결과적으로 연금가입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도입 이후 15년간 연평균 12.5%의 높은 수익률에 반해 95년 이후 실적은 연평균 1.15%에 불과하며 특히 95년과 98년 등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불안정한 수익률로 연금의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는 점 역시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논거가 되고 있다. 칠레의 연금개혁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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